연초다. 새해에 노동자가 목숨 빼앗기는 사례가 줄기를 오직 바랄 뿐이다. 그런데도, 그 바람은 아마도 문자대로 마이동퐁(馬耳東風)이겠지요. 노동개혁을 한다는 큰소리가 산업재해를 유발하는 구조를 혁파하겠다는 외침으로 노동자에게 들릴까요.

이 글을 마무리하는 오늘 아침까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사망사고 속보>는 지난 5일(목) 이후 조용하다. 부디 정말로 올해에는 <사망사고 속보>가 빈번하지 않기를 빈다.

7일간(2023.1.1~1.7), 노동자가 5명이 집으로 퇴근하지 못했다. 사고 발생의 하루 중 분포는 오전 3명, 오후 2명이다. 요일별 분포는 화 2명, 수 1명, 금 1명, 토 1명이다. 재해 유형 분포는 떨어짐 2명, 부딪힘 1명, 끼임 1명, 기타(화재 1명)이다. 시도별 분포는 광역시 3명(서울 1명, 인천 2명), 광역도 2명(경기 2명)이다.

삼가는 마음으로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사망사고 속보>와 언론 보도에 나온 사고 상황을 정리해본다.

공중에 매달린 로프공 김영탁씨. 그는 ‘이 줄은 끊어지지 않는다’는 믿음 없이는 일할 수 없다고 말한다. 한겨레, 2022-10-14.
공중에 매달린 로프공 김영탁씨. 그는 ‘이 줄은 끊어지지 않는다’는 믿음 없이는 일할 수 없다고 말한다. 한겨레, 2022-10-14.

2023년 1월 3일(화), 08:15경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의 어느 도매 사업장에서 노동자 1명(자재 납품원)이 철망 건축 자재인 리브라스(Rib Lath)를 집어 들던 중 벽에 세워졌던 여러 리브라스 묶음(400kg)과 함께 뒤로 넘어지면서 머리가 바닥에 부딪혀 목숨을 빼앗겼다. 10:30경 경기도 화성시 능동의 어느 주차타워 신축공사 현장에서 노동자 1명이 엘리베이터를 수리하려고 엘리베이터실 내부 1층 벽면 사다리에서 작업하던 중 운반구가 하강하는 바람에 노동자의 신체가 운반구와 벽체 사이(43cm)에 끼여 목숨을 빼앗겼다.

1월 4일(수), 20:56경 인천시 서구 석남동의 어느 산업폐수처리 사업장에서 60대 남성 노동자 1명이 슬러지 증발 작업 후 슬러지를 건조기에서 빼내려던 중 화재·폭발이 발생하여 목숨을 빼앗겼다. 다른 70대 남성 노동자는 온몸에 3도 화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는 중이다(연합뉴스, 2023.1.5.).

작업 직전, 그의 몸에 벨트와 카라비너, 디(D)링, 로프, 파우치 등이 잔뜩 달린다. 한겨레, 2022-10-14.
작업 직전, 그의 몸에 벨트와 카라비너, 디(D)링, 로프, 파우치 등이 잔뜩 달린다. 한겨레, 2022-10-14.

1월 6일(금), 13:50경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의 어느 근린생활시설 신축공사 현장에서 40대 노동자 1명이 외부 비계 5층에서 작업발판에 쏟아진 콘크리트를 청소하던 중 열렸던 개구부로 떨어져 목숨을 빼앗겼다(연합뉴스 2023.01.06.).

1월 7일(토), 60대 노동자 1명이 사고 발생 후 치료받던 중 목숨을 빼앗겼다. 지난 5일(목), 12:10경 서울 강남구의 H&M계열 어느 의류 판매장에서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가 사다리에 올라가 수거하려는 커튼을 해체하던 중 사다리가 넘어지는 바람에 2m 높이에서 떨어져 병원으로 옮겨졌었다(뉴시스, 2023.1.9.).

장례식장으로 퇴근한 노동자! 목숨 빼앗긴 현장 노동자의 명복을 삼가 빈다. 별이 져도, 꽃이 져도 어찌 잊으랴!

대한민국 105년 1월 11일

편집 : 형광석 객원편집위원

형광석 객원편집위원  f612550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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