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다. 새해에 노동자가 목숨 빼앗기는 사례가 줄기를 오직 바랄 뿐이다. 그런데도, 그 바람은 아마도 문자대로 마이동퐁(馬耳東風)이겠지요. 노동개혁을 한다는 큰소리가 산업재해를 유발하는 구조를 혁파하겠다는 외침으로 노동자에게 들릴까요.
이 글을 마무리하는 오늘 아침까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사망사고 속보>는 지난 5일(목) 이후 조용하다. 부디 정말로 올해에는 <사망사고 속보>가 빈번하지 않기를 빈다.
7일간(2023.1.1~1.7), 노동자가 5명이 집으로 퇴근하지 못했다. 사고 발생의 하루 중 분포는 오전 3명, 오후 2명이다. 요일별 분포는 화 2명, 수 1명, 금 1명, 토 1명이다. 재해 유형 분포는 떨어짐 2명, 부딪힘 1명, 끼임 1명, 기타(화재 1명)이다. 시도별 분포는 광역시 3명(서울 1명, 인천 2명), 광역도 2명(경기 2명)이다.
삼가는 마음으로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사망사고 속보>와 언론 보도에 나온 사고 상황을 정리해본다.
2023년 1월 3일(화), 08:15경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의 어느 도매 사업장에서 노동자 1명(자재 납품원)이 철망 건축 자재인 리브라스(Rib Lath)를 집어 들던 중 벽에 세워졌던 여러 리브라스 묶음(400kg)과 함께 뒤로 넘어지면서 머리가 바닥에 부딪혀 목숨을 빼앗겼다. 10:30경 경기도 화성시 능동의 어느 주차타워 신축공사 현장에서 노동자 1명이 엘리베이터를 수리하려고 엘리베이터실 내부 1층 벽면 사다리에서 작업하던 중 운반구가 하강하는 바람에 노동자의 신체가 운반구와 벽체 사이(43cm)에 끼여 목숨을 빼앗겼다.
1월 4일(수), 20:56경 인천시 서구 석남동의 어느 산업폐수처리 사업장에서 60대 남성 노동자 1명이 슬러지 증발 작업 후 슬러지를 건조기에서 빼내려던 중 화재·폭발이 발생하여 목숨을 빼앗겼다. 다른 70대 남성 노동자는 온몸에 3도 화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는 중이다(연합뉴스, 2023.1.5.).
1월 6일(금), 13:50경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의 어느 근린생활시설 신축공사 현장에서 40대 노동자 1명이 외부 비계 5층에서 작업발판에 쏟아진 콘크리트를 청소하던 중 열렸던 개구부로 떨어져 목숨을 빼앗겼다(연합뉴스 2023.01.06.).
1월 7일(토), 60대 노동자 1명이 사고 발생 후 치료받던 중 목숨을 빼앗겼다. 지난 5일(목), 12:10경 서울 강남구의 H&M계열 어느 의류 판매장에서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가 사다리에 올라가 수거하려는 커튼을 해체하던 중 사다리가 넘어지는 바람에 2m 높이에서 떨어져 병원으로 옮겨졌었다(뉴시스, 2023.1.9.).
장례식장으로 퇴근한 노동자! 목숨 빼앗긴 현장 노동자의 명복을 삼가 빈다. 별이 져도, 꽃이 져도 어찌 잊으랴!
대한민국 105년 1월 11일
편집 : 형광석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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