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김성민 님 댁 사연/ 필명 김자현

유족 김성민 님!
유족 김성민 님!

 

나는 봤어!

여수 서 시장, 두부 공장 하던 23살 김영민 14연대 두부 납품했단 이유로 아침에 잡혀갔어! 48년 시월 20일, 빨갱이라니. 두부가 뭔 죄, 두부에서 빨간 물 나오는 것을 나는 본 일이 없어 두부에서도 사상이 흘러나와?

외세는 즉각 물러가라

토지를 재분배하라

무상몰수 무상 분배가 오로지 답이다.

우리는 동족상잔을 거부한다.

 

14연대에 합세, 학생들 시민들 시가행진 참여했어 당시 나는 5학년, 주먹밥 나르던

여학생 누나들도 많이 죽는 거 나는 봤어!

여수시 둔덕동 골짜기 입구에 들어가니
진동하던 시체 썩는 냄새
굴비처럼 한 두름에 7~8명 포승에 묶여
큰형 주검도 거기 누웠더라

추석이 가까운데 큰형, 거기 누워서 뭐해?

오뉴월 죽은 개나 닭처럼, 인간 백정에게
학살당한 역사, 학살당한 여순 항쟁

유도로 단련 된 탄탄한 몸이, 내 친족이, 나를 업어 키우던 큰형이

줄줄 냄새 피우며 썩어가는 걸 나는 봤어!

시신 수습 비공식이니 울지도 말라 소리 내지 말라
냄새나는 큰 형 찾은 걸 다행이라 여기며
성대가 타버린 가족들
날이 가도 날이 새도 목울대 씰룩거리는 소리만 들리던 것을
개나 닭처럼 그 골짜기 숱하게
압살당한 주권 널브러져 있던 것을 나는 모조리 봤어!

당시 18세, 고등학생이었던 둘째 형 김영대 누군가에게 불려 나가던 오싹한 밤의 냄새, 트럭 한 대엔 포승에 묶여 눈 가린 사람들, 땔나무 잔뜩 실은 트럭 한 대, 한밤중 내 눈앞을 스쳐 갔어! 총살 된 그들 땔나무 위에 착착 쟁여져 훨훨 타올랐어! 시신 타는 냄새가 향불처럼 하늘을 덮고 인신 공양으로 하늘에 제사 올리는 걸 나는 모조리 봤어 내 작은형 김영대 그날 새카만 연기로 하늘에 올랐을까?

유족 김성민 님  가족들의 단란한 한 때!
유족 김성민 님 가족들의 단란한 한 때!

*. 희생자- 유족으로 36년생 김성민 님의 큰 형과 작은형이 희생되셨습니다.

큰형 고 김영민 님은 당시 22, 3세로 추정합니다. 학원에서 배워 유도를 잘하는 건장한 남아였지요. 작은형 고 김영대 님은 18세로 고등학생이었습니다. 부친의 가업을 이어받은 큰형은 여수 서 시장에서 두부 공장을 했으며 14연대에도 납품하고 있었죠.? 그런데 총살이라니 우리 형이 빨간 두부를 납품했던가요.?

작은형은 여순 발발 당시 누군가 밤에 불러냈는데 이후 행방이 묘연, 화형당한 건 아닌지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군경 토벌대가 여수에 불을 지르니 여수는 하나의 커다란 불 숲이 되었죠. 전봇대 하나 없이 죄 불타올랐습니다. 그때 우리 집도 우리의 가산도 사진 한 장 안 남기고 모조리 불타버려 형들의 사진 한 장 남기지 못했습니다. 이후 한평생 저는 연좌제가 무서워 공연히 숨도 크게 못 쉬며 살아온 세월이 75년이 흘러갔습니다? 대한민국은 진정 나라입니까?

*. 누구든 공권력의 최고 우두머리는 사죄하라!! 이승만을 대신해 국가 최고 통수권자는 지금이라도 사죄하라! 그리고 제 국민 수백만을 학살하고 국가와 역사의 기틀을 엉망진창으로 만든 이승만을 지금이라도 부관참시하라!??

늦게나마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렇게라도 하여 부릅뜬 고인의 눈이 곱게 감길 수 있을까요?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김승원 주주  heajo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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