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열


이 희미한 그림은 오명천선생의 만화 위에 종이를 대고 손톱등으로 눌러 문질러서 그림을 베낀 것이다. 당시는 인쇄가 엉성해서 이런 일이 가능했던 것이다. 옆에 붙어 있는 도장 같은 것은 아동만화 자율위원회의 검열 표식이다.

거지를 그리면 북한을 이롭게 한다. 국군의 후퇴하는 장면을 그릴 수 없다. 꼬마 자매가 한 방에 잘 수 없다. 데이트 장면을 그릴 수 없고 그리더러라도 발만 그려야 한다. 물론 "사랑해요"란 말은 쓸 수 없다. 싸움 장면은 몇 페이지까지. 항상 어른에게는 공손해야 하고 심지어 동물이 말을 한다고 불합격 처리를 한 엉뚱한 검열 담당자도 있었다.

우리 만화는 이런 검열 속에 완전히 갇혀 있었고 검열 없는 일본 만화는 날개를 달고 치솟았다. 그 뒤 지속적 노력으로 검열이 철폐되었으나 최근에 고등학생이 그린 명작 '윤석열차'에 대한 시대착오적인 사후 검열이 시도되어 국민적 공분을 샀다. (중2 베끼기)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박재동 주주  tangripar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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