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친구
어린 시절 나의 부끄러움 중 하나는 우리 집이 가난하다는 것이었다. 그런 어느 날 우리 반 친구 하나가 자기 집으로 초대했다. 철로가에 붙어 있는 작은 판잣집이었는데 말이 작은 집이지 한 평쯤 되는 부엌에 크게 잡아 두 평쯤 되는 방이어서 이렇게 작은 집도 있나 싶어 놀랐다. 그때는 사람 크기도 작긴했다. 거기서 부모님과 형과 넷이 산다고 하였다. 친구는 없는 찬으로 정성껏 밥상을 차려, 가난에 대해 전혀 내색하지 않은 채 당당하게 나를 대접했다. 그 뒤로 나는 다시는 우리 집이 가난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나는 하느님이 나를 가난하다고 생각하지 않도록 친구를 보낸 걸로 지금도 생각하고 있다.
(중학교 때 다락방 창밖을 그린 '수채화')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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