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칼
시랑하는 만화들의 모음집을 만들며 흐뭇해하는 데 어머니가 내 다락으로 쟁반 위에 칼을 얹어 들고 오셨다. "우리 집에 없는 만화들을 니가 많이 갖고 있구나. 만화를 살 돈도 없을 텐데 이럴 수가 없다. 우리는 만화방을 하고 가난해도 너그는 정직하고 바르게 키우려고 했는데 이렇게 됐구나. 계속 이러려면 너하고 나하고 오늘 죽자" 하신다. 나도 기가 막혔다. 지금 내가 문화재를 구출하고 있다고 말해 봤자 누구에게 통하겠는가. 나는 말없이 가만히 앉아 있었다. 어머니는 내가 너무 의연하게 앉아 있자 한참 우시다가 내려가셨다. 위 그림은 만화집에 모은 보물로 박기정 선생님의 만화 '은하수' 예고편 그림이다. 어떤 회화가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 이 그림을 선생님께 자랑하려고 벼루었는데 선생님이 불시에 가셨다.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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