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1 수채화


신창호 선생님
하루는 미술실에서 세형이가 '신창호 선생'이란 분이 있고 실력이 엄청 좋은데 화실에 남학생은 받지 않는다고 했다. 나는 비분강개했다. 훌륭한 선생이 계시는데 배우지 못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나를 따르라! 목탄과 목탄지와 가재를 쥐고! 화실에 갔더니 선생님은 안 계시고 여학생들만 앉아 데생을 하고 있었다. 이젤을 펴고 무조건 그리는 거다. 나중에 선생님이 오셨지만 그림 그리고 있는 장면에서 쫓아낼 수는 없어 제자로 받아들이셨다. 내가 회비 낼 형편이 안 되는 줄 아시고 수제자로 삼아 화실 일을 돕게 하셨는데 하루는 같이 국수를 먹으면서 "스승과 제자? 웃기는 소리. 너하고 나하고는 적수야 적수!" 이렇게 나를 인정하시고 아껴 주신 선생님 덕분에 나는 정말 다사다난했지만, 행복한 고교 미술 생활을 보낼 수 있었다. (고1 수채화)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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