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이 시작한다. -7.27 평택 우리 땅 평화 찾으러 가자!-

<7.27 평택미군기지인간띠잇기>

 

<지나가는 신의 옷자락을 잡아채라>

3월 1일 <휴전선 넘어 비단길 내자!> 행사를 준비하면서 강조하고자 한 메시지는 ‘척양척왜’, ‘(선조들 말씀) 미국놈 믿지 마라. 일본놈 일어선다’라는 것이었다. 행사를 마치자마자 나는 정전 70년이 되는 7월 27일에는 평택 미군기지로 가서 군기지 전체를 인간 띠로 에워싸자고 사람들을 설득했다. 이번 7.27부터는 분단을 해소할 생각이 전혀 없는 미국에 대한 도전을 시작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평화운동을 해 본 사람들은 다 안다. 70년이나 휴전 기간이 길게 비상식적으로 이어져 온 것은 미국 때문이고, 앞으로도 700년, 7,000년 분단상태가 이어지기를 바라는 건 미국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간 미국에 대한 저항은 무척 위험한 일로 여겨졌다. 독재정권들이 ‘간첩을 조작해서라도 북을 혐오하게 만들기’와 ‘안보 지킴이 미군이라는 마약 주사’를 동전의 양면처럼 사용해 국민을 세뇌해왔기 때문이다. 심지어 유엔사령부가 유엔과 무관한 가짜라는 것을 군 고위 장성을 비롯한 위정자들, 공직자들 역시 대부분 모르고 있을 것이다. (제대로 된 언론사가 이런 여론조사 등을 통해 실상을 파악하면 좋으련만) 미국은 ‘일본으로부터 한국을 해방하고, 북으로부터 한국을 지켜온 구원자’라는 가면을 쓰고 실제로는 일본과 손잡고 한민족을 이간질하면서 자국의 이익을 추구해왔다. 미국이 공급하고 독재정권과 적폐세력이 판매해 온 ‘안보라는 이름의 마약 주사’는 오랫동안 한국인들의 이성을 마비시키고 눈앞에 콩깍지를 씌웠다. 성조기를 흔드는 태극기 모독부대, 종전 선언하면 안 된다고 미국에 쫓아가 다리를 붙잡는 국힘당 의원들과 종전선언도 끌어내지 못하는 무기력한 문재인 정부를 지켜보면서 나는 대한민국이 교활한 속임수에 능한 미국이라는 독수리의 발톱에 움켜잡힌 병아리와 같다는 생각을 했다.

2015년 평화어머니회 활동을 시작하면서 나는 곧 우리의 신세가 미국이라는 독수리 발톱에 잡힌 병아리 신세와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2015년 평화어머니회 활동을 시작하면서 나는 곧 우리의 신세가 미국이라는 독수리 발톱에 잡힌 병아리 신세와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미국이 일본군을 끌어들이겠단다. 20세기 전반부까지 반세기 동안 아시아에서 2,000만(일본학자 주장)~6,000만(피해국 역사학자)을 살육하며 엄청난 약탈을 하고서도 반성을 하지 않는 일본이 아닌가. 19세기 독일통일을 이룬 오토 비스마르크는 ‘역사 속을 지나가는 신(神)의 옷자락을 놓치지 않고 잡아채야 승리할 수 있다’라고 말했단다. 이제 우리는 120년 전 동학 선조들이 외쳤던 ‘척양척왜’라는 단어를 잡아채고 분명하게 다시 말해야 한다. 아니 말하지 않으면 안 된다.

120년 전 동학 선조들이 보는 눈은 정확했다.
120년 전 동학 선조들이 보는 눈은 정확했다.

 

<전국의 미군기지를 돌아보았다>

4월3일부터 8일까지 5박 6일 동안 자주 평화 전국 미군기지원정단에 끼어 서울을 출발 평택, 군산, 성주, 칠곡(왜관), 부산에 있는 미군기지들을 둘러보았다. 실무진에서 만든 야무진 자료집을 훑어보고, 지역에 도착하기 전 버스 TV로 연결된 유튜브로 자주자주 TV ‘미군 없는 내 고향’으로 해당 지역의 상황을 예습했다. 화면에서 보았던 지역활동가들은 상당 기간 현장에서 투쟁을 해오신 분들로 내공이 상당한 고수들이었다. 그들의 안내로 현장을 둘러본 이후에는 버스에 올라타 방금 돌아본 지역에 관해 복습의 의미로 퀴즈를 풀었다.

미군은 1945년 점령군으로 이 땅에 들어왔다. 전쟁이 끝나고 맺은 한미상호방위조약(1953. 10. 1) 제4조는 ‘한국은 상호 합의에 의하여 한국 내 및 그 주변에 미 육해공 3군을 배치할 권리를 미국에 부여하고 미국은 이 권리를 수락한다.’라고 되어 있다. ‘합의’, ‘부여’, ‘수락’ 따위의 단어가 들어가 있지만 한 마디로 ‘미국이 땅을 내어달라고 하면 다 내어주어야 한다.’라는 말이다. 전쟁이 지나간 직후에야 우리도 놀란 마음에 그리할 수 있다 하더라도 지난 70년 동안 이 조항을 이용해 야금야금 우리 강토를 집어삼킨 미국을 과연 그대로 두어야 할까? 현재 23,000~28,000 내외의 병력을 유지하고 있는 그들이 점유하고 있는 기지는 62개소에 2,900만 평에 이른다. 그중 육해공군 시설이 집결되어 통합운영이 쉬운 평택은 미국이 80여 개국에 차지한 약 750개의 기지 중에서 가장 넓다고 알려져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g8kSLPUH7zg

 현재 호화로운 내부시설을 갖추어놓고 있지만, 그 땅을 빼앗긴 사람들에게는 지옥과 같은 기억들을 남겨주었다.

450만 평. 둘레 23km. 저 곳에 살던 사람들은 피눈물을 흘리며 투쟁하다가 비참하게 끌려나갔다. 그러나 우리를 지켜준다던 미국은 도처에서 미국 자신을 위한 기지를 꾸미고 있다.
450만 평. 둘레 23km. 저 곳에 살던 사람들은 피눈물을 흘리며 투쟁하다가 비참하게 끌려나갔다. 그러나 우리를 지켜준다던 미국은 도처에서 미국 자신을 위한 기지를 꾸미고 있다.

 

<대북 방어가 아니라 미국의 전진기지로 탈바꿈되고 있는 미군기지들>

말 많고 탈도 많았던 제주도 강정의 해군기지. 애당초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을 건설한다며 주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막대한 예산을 들여 건설했으나 크루즈 터미널(유람선 선착장)을 짓는다는 초기 설명은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미국의 핵 항공모함이 드나들며 중국을 겨냥한 전초기지로 이용되고 있다. 우리 땅에 우리 돈으로 공사를 했지만, 막상 사용하는 것은 중국을 견제해서 자기들의 패권을 지키겠다는 미국이며 한국 정부는 애초부터 그것을 다 알면서 ‘상전’을 위한 ‘헌신적인 종’의 역할을 했던 것이다.

군산에는 새만금간척지가 있다. 애당초 주민들의 삶의 터전이 되었던 갯벌을 없애고 식량 증산을 위해 흙을 메꾼 곳이다. 소금기가 빠지면 당연히 농사를 지어야 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그 땅을 다 메꾸기도 전에 미국은 130만 평을, 추가로 1,000만 평을 요구했다. 정부는 뜬금없이 새만금에 신공항을 짓겠다고 나섰다. 새만금 부지는 현재 미군이 사용 중인 군산공항 서쪽으로 1.3km 떨어져 있는데 정부는 미군 측의 요구조건을 모두 받아들여 매립 높이를 조정하는 등 미군을 위한 건설계획을 짜고 있다. 제주도의 강정기지와 붕어빵이다. 우리 땅에, 우리 주민들을 내어쫓고, 우리 돈으로 건설해서 자국을 위해 우리 땅을 전초기지, 전쟁기지로 이용하려는 미국에 헌납하려는 것이다.

<한국에서 돈 받고, 땅 받아 쓰면서 중국 견제하는 미국. 한국민은 한 겨레 향해 증오심 품은 채 전쟁 공포 속에 천년만년 살아라?>

군산 미군기지는 공군전용기지에서 지대공미사일, 무인 드론부대까지 갖춘 정보와 요격을 병행하는 최전방부대로 전력이 강화되고 있다. 2020년 1월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 솔레이마니를 암살했던 공격용 군사 무인기(킬러 드론)가 배치되는 등 점점 더 고급화된 무기들이 배치되고 그들을 보관할 고급화된 격납고 등이 필요하게 된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 중국을 겨냥한 무기로 알려진 F-35를 수용할 격납고가 지어지고 있었는데 환기, 배기, 배수, 내부 급유, 화재 예방 등은 물론 미사일, 화학무기 등 공격도 버틸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고 한다. 수십 개가 건설되는데 개당 170억 원이 넘는 공사비가 든다. 한국의 국방비 50조 중 15조 이상은 방위비 분담금이라는 이름으로 ‘상전’인 미국에 조공을 바친다. 한국 정부가 우리 땅에 살던 주민들을 내어쫓고 우리 돈으로 공사를 해서 ‘상전’인 미국에 헌납하는 것이고 미국은 ‘종놈 노릇 잘하는 대한민국’ 덕분에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무기와 시설을 마련하고 있으니 손 안 대고 코를 푸는 것이다. 이러니 미국이 대한민국에서 왜 철수할 생각을 하겠는가. 미국의 관점에서 한반도는 영구분단 상태에 있어야만 한다. 자주적이지 않으면서 머슴 노릇을 영광으로 아는 친미정권이 들어서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어느 우방이, 동맹국이 상대방 대통령실을 도청한다는 말인가? 미국은 오래 전부터 상전이 머슴 부리듯 한국을 대하고 있다.  도청 당하고서도 상전 감싸기에 급급한 한국의 대통령실이라니...
어느 우방이, 동맹국이 상대방 대통령실을 도청한다는 말인가? 미국은 오래 전부터 상전이 머슴 부리듯 한국을 대하고 있다. 도청 당하고서도 상전 감싸기에 급급한 한국의 대통령실이라니...

미국의 도청이 세계의 쟁점이 되고 있지만, 한국 대통령실은 ‘위조한 자료는 의미 없다’라고 부인하기에 바쁘다.

 

<북의 핵이 두려운가?>

북의 핵무장이 두렵다고? 북의 핵이야말로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가장 싸게 마련할 수 있는 방어책이다. 그들은 ‘안보 마약 주사’를 맞지 않았기에 미국이 개국 이래 200년 넘게 주야장천 전쟁을 통해 돈을 벌어들이는 전쟁 국가라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며 미국의 일관되지 못한 사탕발림이 무용지물이 되는 것을 반복적으로 경험해왔다. 케네디 암살 이전 이임사에서 군산복합체의 성장에 우려를 표한 루스벨트 대통령이나, 중국이 두렵다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이야말로 200년 넘게 쉼 없이 전쟁을 벌이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호전적인 국가라며 전쟁하지 않고 꾸준히 경제성장을 추구한 중국을 옹호한 카터 전 대통령의 이야기를 귀담아들어 본다면 북의 핵무장은 남침을 위한 것이 전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본토를 공격당해 본 적이 없는 미국이 전 세계를 전쟁터로 만들며 늘 전쟁을 기획하려 하지 않는다면 북도 미국 본토를 공격할 핵무기를 개발할 이유가 없다. 북의 핵탄두 제조능력은 핵무기 선진국과 비교해 중상급 이상으로 평가된다. 북이 미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가 되었으니 미국도 이제 강 대 강 구도로 밀어붙이는 허세는 득이 될 게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요란한 한미연합군사훈련은 한국인에게 안심을 주기는커녕 불안만 가중할 뿐이다.

 

<미국은 절대로 군사식민지 한국을 포기하려 하지 않으며 군사훈련이 부르는 강 대 강 대결은 공멸을 초래할 뿐이다.>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비롯해 전 세계 30여 개국 336개의 생화학실험실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에도 2015년 탄저균 오배송 사고로 미군이 한국 내에서 세균실험실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 처음으로 밝혀졌다. 서울(용산), 동두천, 평택, 군산, 왜관, 대구, 진해, 부산 등지에서 세균 무기실험실이 설치되었는데 한국이 호의적(friendly)이기 때문이라는 피터 이매뉴얼의 말대로 주피터, 센토에 이어 실전배치에 들어가는 과정이라는 통합조기경보시스템(IEW)으로 전환되어 저항 없이 추진되고 있다.

미국은 한국을 미국의 군사적 식민지로 여기고 있다. 돈 대주고, 땅 대주고, 무기 사주고, 세균실험도 무제한 허용해주고…. 그러니 왜 독립을 시켜줄까. 왜 남북교류를 장려하고 남북의 평화와 통일을 바라겠는가. 미국이 한국에 존재하는 한 한국의 자주권은 없다. 독립은 불가능하다. 분단극복과 평화와 통일은 절.대.로 불가능하다. 자….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의 이익을 생각해야 한다. 우리의 주권을 찾고 우리의 평화와 우리의 안전과 우리의 행복을 생각해야 한다. 휴전 70년. 전쟁을 끝내지 않고 분단된 채로 700년 7,000년을 살 수 없다. 당연히 미국의 군사적 간섭과 예속에서 탈출해야 한다. 우리가 우리를 해방시켜야 한다. 가자. 평택으로. 우리 땅 평화 찾으러!

 

-여성들이 시작한다. 평택미군기지를 인간 띠 잇기로 에워싸고 말하자. “평화협정 or OUT!”-

7,27 평택인간띠잇기원탁회의는 5월 4일 10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다. <7,27 평택 우리 땅 평화 찾으러 가자!> 평택미군기지 450만 평. 둘레길이 23km이니 23,000명이 참여하면 한 바퀴를 에워쌀 수 있다. 핑크 천을 23km 장만할 생각이다. 잠깐의 띠잇기가 아니라 진한 흔적을 남기기 위해 이러저러한 궁리를 해 보고 있다. 이미 2019년 휴전선에서 우리 민족이 꿈꾸는 통일에 대한 염원과 희망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한 ‘꽃피는 봄날 DMZ 소풍 가자’에 25만에 가까운 인원이 참여해 인간 띠를 이었다. 우선 쉽고 빠르게 여성들이 시작한다. 시작이 반이라 하였으니 이후 남녀노소 모두 머리를 맞대고 2만3천 명 이상의 참여를 끌어내기 위해 최선을 다 해 보자. 

23km의 핑크 천은 앞으로도 두고두고 전국의 미군기지를 에워싸며 안보 마약에 취한 한국민을 깨울 것이다. (사진 백은지)
23km의 핑크 천은 앞으로도 두고두고 전국의 미군기지를 에워싸며 안보 마약에 취한 한국민을 깨울 것이다. (사진 백은지)

-지난 70년, 미국의 무기가 평화를 가져오지 못한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강 대 강 군사대결은 공멸을 낳을 뿐이며 이를 부추길 미일한 군사 공조를 절대 반대한다.

-지구촌을 파괴로 몰아넣는 군사경쟁, 무기생산과 수출 수입 모두 중단하라.

-국가 간 분쟁은 정치, 외교로 풀라.

-미국은 종전선언, 평화협정 당장 하라!

-여성들은 무가치한 전쟁터에 자식, 남편을 총알받이로 내보내지 않을 것이다!

 

편집 : 고은광순 객원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고은광순 객원편집위원  koeunks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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