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의 소녀

고2가 되었다. 신창호 선생님 화실에 나가고 미술반 활동을 하면서 그림을 그렸는데 당시 내가 죽기 전에 꼭 그리고 싶었던 그림 두 장이 있었다.

한 장은 고향의 하얀 무꽃. 바람에 조금씩 흔들리는 무꽃은 흙이 되어 일구어 온 할머니들의 땀과 한과 삶의 역사가 슬픈 노래를 안고 있다. 나는 그것을 기리고 기록하고 위로하기 위해 그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또 한 장은 이 스케치 같은 바닷가의 소녀. 소녀는 시원한 바닷가에 앉아 있으면서도 묘한 환희와 함께 뭔가 약간의 근심이 서려 있는 듯한 얼굴. 무슨 근심인지는 나도 모른다. 나의 모습인지도 모르겠다. 암튼 이 두 장의 그림을 그릴 수 있다면 나는 죽어도 좋아. 결국 무꽃은 대학에 들어가서 그렸고 바닷가의 소녀는 고2 때 그리게 된다. (고2 스케치)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박재동 주주  tangripar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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