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석이
어머니가 내 합격 소식을 듣는 데는 이야기가 있다.
고입 재수 시절 사귀게 된 상석이는 밤 늦게 도란도란 얘기가 깊어지다 헤어질 때는 서로의 집에 바래다 주고 또다시 바래다 주고. 또 안 되겠다면서 헤어질 결심을 하고는 서로 손에다 편지 쪽지를 전해 주었으니 친구라기보다 연인 같았다. 집에 찾아가서 없을 땐 서로의 일기장에다 글을 써 놓곤 했다. 대학 시험을 치르고 어머니가 만화 단속으로 유치장에서 나와 장사를 하는데 상석이가 부슬부슬 내리는 빗속을 뛰어왔다. 그리곤 소리쳤다. "어무이 합격했습니더!" "오 그래, 축하한다!" "내 말고 재동이요!" "그럼 자네는?" "저는 떨어졌습니더" 절친 상석이는 이후 국어 교사로 전교조 창립 멤버였고 많은 책을 냈다. 위 그림은 2010년에 출간된 자서전 '못난 것도 힘이 된다'에 그린 나의 삽화다. 양철북 출판.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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