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원내대표 선출 갈등
명분 없는 배진교, 관행 유지 명분 부족한 장혜영
갈등 속 드러나지 않는 정의당의 비전

지난 5월 2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정의당은 의원총회에서 차기 원내대표 선출을 연기했다. 의원단이 총 6명인 정의당은 그 적은 숫자 때문에 원내대표를 선출이 아니라 합의에 의한 추대로 뽑는 일이 관행으로 자리잡았다. 심상정, 배진교, 이은주, 강은미 의원이 원내대표를 역임했고 이번에는 장혜영 의원 차례였다.

장혜영 의원이 정의당 원내대표가 된다면 5석 이상 정당에서 30대 정치인이 원내대표가 된다. 특히, 장혜영 의원의 나이는 36살로서 이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민중당 최연소 원내총무(당시 원내대표를 이르던 말)로 당선된 나이와 같다. 상징성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주1

그런데 정의당 의원단은 장혜영 의원을 원내대표로 합의 추대하지 못했다. 배진교 의원이 원내대표 출마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앞서 두 차례 원내대표를 지낸 배진교 의원이 재차 출마를 선언하면서 합의 추대가 무산됐다. 배 의원은 ‘재창당을 앞두고 당에 안정적인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출마의 변’으로 제시하고 있다. 배 의원은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당원들 사이에서 원내대표로서 안정적으로 원내를 이끌어줬으면 좋겠다는 요청이 있어서 출마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 한겨레, 원내대표 선출 미룬 정의당…재창당 둘러싼 당내 갈등 분출?, 2023.05.02

이에 대해 당사자인 장혜영 의원이 반발했다. 기사에 따르면 장 의원 측은 '청년 정치에 대한 기회박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1년, 조세·재정 및 경제정책 평가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출처 2023-05-02 한겨레 신문 /https://www.hani.co.kr/arti/politics/assembly/1090261.html)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1년, 조세·재정 및 경제정책 평가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출처 2023-05-02 한겨레 신문 /https://www.hani.co.kr/arti/politics/assembly/1090261.html)

 

출마 명분없는 배진교

배진교 의원은 '안정적 리더십'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그는 정의당에서 보기 드문 지자체장 출신이고, 이미 원내대표를 역임한 경력이 있다. 비록 낙선했지만, 정의당 당대표 경선에서 결선에 올라갈 정도로 조직력도 강하다. 정의당이 긴 침체기에 들어섰고 재창당 작업을 모색하는 지금 혼란없이 당을 이끌어가기에 '안정'은 중요한 가치로 보인다.

그러나 출마 명분으로 '안정'을 내세우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다. 그가 원내대표를 역임한 시기 정의당은 최악의 시간을 보냈다. 대선 성적도 좋지 못했고, 정권을 내줬다는 비난에 시달려야 했기 때문이다. 정의당의 방향성에 대한 논란은 끊임없이 일어났고 당을 떠나는 사람들도 늘었다. 즉, 그가 당의 지도급 인사였을 때 정의당은 흔들렸다. 그런데 과연 어떻게 안정적으로 당을 이끌 수 있을까?

더욱이 청년정치를 '안정'과 대치 시킨 모양새도 다소 부적절하다. 청년정치인은 불안정한가? 위에서도 말했듯이 김영삼이 원내총무가 된 나이는 36세였고, 이는 40대 기수론이 나오게 된 이유 중 하나였다. 당시 청년정치인들이 불안정한 정치를 했다면 나타나지 않았을 흐름이다. 반대 사례도 있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는 청년정치인으로서 입지전적인 자리에 올랐지만, 국민의힘은 한동안 거대한 혼란을 겪었다. 결국 청년정치인'이라서' 불안정하다기보다는 자기 하기 나름인 것이다.

배진교 의원의 출마명분은 청년정치를 전체를 불안정한 것으로 대치시켜 '이래서 청년은 안 된다'하는 인상을 준다. 이에 대해 배진교 의원 본인은 아니라고 할 수 있겠으나 원래 순번인 장혜영 의원의 합의 추대를 저지시킨 상황에서 오히려 '청년정치를 무시했다'는 소리를 듣지 않을 수 없다.

관행 유지 명분 부족한 장혜영

다시 위의 기사를 보자. 장혜영 의원 측은 다음과 같이 반발했다.

장 의원 쪽 관계자는 “청년 정치인을 비례대표로 세운 것은 당의 변화를 도모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변화가 불안하다’고 한다면, 결국 당을 보수적으로만 운영하겠다는 뜻인가”라고 말했다. - 한겨레, 원내대표 선출 미룬 정의당…재창당 둘러싼 당내 갈등 분출?, 2023.05.02

그렇다. 정의당은 '변화'를 위해 청년 정치인을 전진 배치했다. 그런데 이들을 앞으로 내몰기만 하고 제대로 된 기회와 권한을 주지 않는다면 정의당이 의도했던 변화는 일어나기 어렵다. 실제 정의당 청년 의원들이 잘 활동했는지와 상관없이 이는 타당한 발언이다.

그런데 그 다음이 문제다. '청년 정치인에게 기회를 줘야하기 때문에 원내대표 합의 추대 관행은 이번에도 이어졌으면 한다'라는 결론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 관행은 과연 정의당의 변화와 관련이 있는가? 적어도 정의당의 변화가 더 역동적이고 개혁적인 정당이라면 의원단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경합하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을까? 오히려 '이번에는 내 차례다'라면서 당연히 돌아가면서 원내대표직을 맡는 것이 구습에 가깝지 않을까?

더욱이 정의당은 당규 제6호(원내기구의 운영) 제2조에서 원내대표는 의원단 선거가 원칙이지만, 출마자가 1인 밖에 없을 시 의원총회 의결로 다른 방법으로 원내대표를 뽑을 수 있다. 즉, 원내대표 합의추대 관습은 원칙도 아니었다. 

물론 배진교 의원의 출마 명분이 부족하고, 청년정치를 무시했다는 인상도 준다. 당사자가 반발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상황이 관습을 정당화할 수 있는 명분까지 주지는 못한다.

그래서 정의당은 뭘 할 것인가?

이 상황을 다룬 한겨레 기사는 당내 재창당 관련 갈등이 그 원인일 수 있다는 시각을 소개했다. 

이번 ‘합의 추대’ 불발을 ‘재창당 방향’을 둔 당내 갈등이 분출된 사례로 보는 시각도 있다. 배 의원은 당내 최대 계파인 ‘인천연합’ 소속이다. 마찬가지로 ‘인천연합’으로 분류되는 이정미 대표는 ‘자강론’에 기반한 재창당 작업을 이끌고 있다. 반면 장혜영·류호정 의원은 ‘정의당 해체 후 신당 창당’을 주장하는 소장파 의견그룹인 ‘세번째 권력’에 속해있다. 당 관계자는 “양쪽이 재창당 방향에 대한 시각이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인천연합 등 당 주류가 관행을 뒤집는 무리수가 있더라도 장 의원의 원내대표 선출을 막으려 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 한겨레, 원내대표 선출 미룬 정의당…재창당 둘러싼 당내 갈등 분출?, 2023.05.02

정의당이 어떤 길을 가야하는지는 충분히 논쟁거리다. 진보정치의 성공과도 연관된 일이기에 더욱 그렇다. 그렇기에 당 내부에서 다양한 정파들이 이와 관련한 경쟁을 이어가는 것은 기본적으로 좋은 일이다. 그러나 이는 '뭘 하겠다'가 전제가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재창당을 우리가 주도한다'는 서로 싸우는 모양새를 연출하는 것은 지켜보는 사람의 기운만 빠지게 만든다.

이번 정의당 원내대표 선출을 둘러싼 사건도 그렇다. 어찌되었든 두 사람은 경쟁한다. 누구는 출마명분이 없고 누구는 합의추대 관행에 대한 명분이 부족하다. 뭘 어떻게 해서 정의당을 이끌겠다는 이야기는 그 속에 가려진다. 

물론, 정의당은 계속 뭔가를 하고 있다. 차별금지법 추진도,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기본법 제정 운동, 중대재해처벌법 개정, 노란봉투법 통과를 위한 국회 활동도 그리고 각종현장에 연대하는 일도 정의당은 하고 있다. 3만원 대중교통 프리패스라는 좋은 정책도 제시했다. 그러나 이는 진보정당의 활동을 제대로 챙겨보는 사람 눈에만 들어온다. 실제 대중이 주로 보는 일은 지금 원내대표 선출 갈등 정도다. 그리고 그 속에 시민들이 바라던 정의당의 변화와 새로운 답은 보이지 않는다.

그렇기에 나는 전직 정의당 당원으로서, 이제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물을 수밖에 없다. 그렇게까지 싸워가며 정의당은 도대체 뭘 할 것인가? 어떻게 새로운 정당으로 재창당 할 것인가? 정의당은 진보정치를 어떻게 혁신할 것인가?

주1) 1인 정당까지 따지면 역대 최연소 원내대표는 현재 용혜인 기본소득당 원내대표(33)가 가장 유력하다. 유력이라고 설명하는 이유는 역대 최연소 원내대표에 대한 기록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해당 글에서는 1인 정당 의원은 본인이 자동으로 원내대표가 되므로 의원단 중 원내대표 선출이 가능하기에 '선출 혹은 합의된 원내대표'와 거리가 있어 제외했다. 글의 기준은 비교섭단체 중 국회에서 연설이 가능한 5명 이상의 의원을 보유한 정당이다.

편집 : 심창식 편집위원

김상현 주주  hamishkim1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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