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혈 청년 박재동
언제나 한군데는 늘 바다가 보이는 부산에 살다가 아무리 사방을 둘러봐도 산으로만 막힌 서울은 답답해서 죽을 지경이었다. 하도 답답해 기말시험도 거르고 부산으로 내려갈 때 고교 미술부 후배들에게 주겠다고 손수 태극기를 그려 가슴에 품고 고속버스를 탔는데 '브루라이트 요꼬하마'란 일본 노래가 흘러나왔다. 나는 "꺼!" 하고 소리치고 안내양에게 다가가 다시 "꺼!"라고 소리쳤다. "손님들이 찾아서요" 나는 손님들을 둘러보며 "해방된 지 26년밖에 안 됐는데 이렇게 정신이 썩었으니, 나라를 뺏기지!" 하고 소리쳤다. 아무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세월이 흐르자 너무 했나 싶고 또 그 노래도 좋아져서 가끔 부른다.  (대1 자화상. 유화. 원래 배경이 대나무 숲이었는데 잘라 내 버렸다. 후회하고 있다.)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박재동 주주  tangripark@hanmail.net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키워드

#박재동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