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봉선전 3.
신임섭 우리 외할아버지는 사람들 이름을 지어 주고 날을 받아 주거나 묘터를 잡아 주기도 하였지만 선비로서 해야 할 도리도 다하였다. 일제시대 공사용역을 나갈 때 마을 사람 하나가 사정이 생겨 못 나가자 대신 나갔으며 콜레라가 창궐해서 한 마을이 거의 몰살되어 장례 치를 사람이 없자 가면 죽는다는 만류에도 "선비인 내가 안 가면 누가 가노" 하면서 장례를 다 치렀다. 그런 선비도 평소엔 일을 해야 해서 하루는 외할배가 어린 어머니를 데리고 소 등에 장작을 싣고 팔러 갔다. 사탕 사 먹으라는 돈으로 가게 앞에 섰을 때, 세일러 복을 입고 운동화를 신은 소녀가 책보를 들고 지나간다. 가게 유리창에 비친 어머니의 모습. 귀밑머리 땋고 댕기 맨 예쁜 봉선인 줄 알았는데 너무나 초라해서 집에 와서 엉엉 울었다. 나도 학교 가고 싶다...   (2000년경 내 그림)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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