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봉선전 8
나는 아버지 입대하신 후 1952년 초겨울에 태어났다. 전쟁 중이라 어머니는 나날이 걱정이었다. 대신 아버지는 자주 편지를 썼는데 매주 어머니께 1장, 할배, 할매께 1장, 그리고 외할배, 외할매와 외삼촌들에게도 가끔 편지하셨다. 눈물 뚝뚝. 어머니는 남편 없는 고달픈 시집살이를 아버지의 편지로 견뎌 내셨다. 참 이상하게도 나는 편지를 쓰지 않았다. 대학 시절. '아버지 가을입니다.  태능 배밭 위로도 달이 떴습니다. 저 상큼한 배를 아버지께 드리고 싶습니다...  다름이 아니오라...  하숙비가...  '로 귀결되는 속칭 '아버님 전상서' 쓸 때만 펜을 잡았는데 늘 무뚝뚝하게만 기억되는 아버님이 실은 매우 다정다감하고 자상한 분이셨다. 지금도 내게 보낸 아버지의 편지 한 뭉치가 두둑히 남아 있다.  (2000년경 그림)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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