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봉선전 12
아버지가 퇴직한데다 약값이 계속 들어 울산 시내 가서 약과 반찬을 사고 나니 범서의 집까지는 너무 멀어 버스를 타야 하는데 버스비가 없었다. 차비를 빌리러 나의 진외가(아버지의 외가)에 갔더니 거기 조카가 자기 엄마한테 돈 달라고 하자 "먹고 죽으려 해도 돈은 없다"라는 말을 듣고 차마 돈소리를 못하고 친정에 갔더니 외할매가 아파 누워서 "박 서방 아픈데 박 서방한테 잘 해래이. 잘 해래이" 역시 차마 돈 얘기 못 한 채 아이 업고 4시간을 걸어오는데 업힌 수동이는 삼베 저고리가 꺼끄러워 아파 울면서 '차 타고 가자 차 타고 가자'며 쥐어뜯는다. 푸르게 흘러가는 태화강물을  보니 이대로 저 푸른 물결에 그대로 들어가면 얼마나 좋을까. 남편 병 고쳐 놓고 애들 키워 놓고 여기 와서 들어가야지. 걷고 걸으니 노을이 진다.  (2000년경 내그림)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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