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일기장 3
1971년 7월 5일.
날씨가 갑자기 더워져 시장에 갔던 아내는 땀투성이가 되어 돌어왔다. 오늘부터 빙수를 시작할 양으로 준비를 서둘렀다. 냉장고며 얼음 기계를 손질해서 정오경에 겨우 첫 얼음을 깎았다. 빙수를 시작한 지 어언 10년이다. 그런데 날씨가 퍽 더운데 많이 나가질 않는다. 수요자들의 경제 사정도 있지만 이상하게 장사가 잘 안 되는 날이 있다. 빙수를 시작한 날이라 그런지 하루 70개 정도 팔리던 케키도 그대로 남아 있다. 아내의 표정은 매우 어두운 것 같다. 하루종일 분주히 날뛰어도 제자리걸음이고 저녁에는 아주 녹초가 되어 12시경에 전표를 거둘 때는 눈을 감고 움직이는 편이니 장사란 쉬운 것이 아니다.
(2013년 삽화)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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