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일기장 10

1년 수개월 만지작거리던 이 일기장도 오늘로 끝이 난다. 자정 넘어 펜을 들고 생각나는 대로 적어온 생활의 장. 그나마 요즘 빼어먹기 일쑤니, 시종일관 쓰지 못 했음이 후회된다. 새로운 각오가 필요하다. 몸의 컨디션이 좋아야 몇 자 쓰는 일기도 지속되련만. 그러나 괴로움을 참고 한 장 한 장 적어두고 보면 역시 보물이 된다. 희비가 담겨있는 지나간 기록을 쓰는 이유를 가족은 이해하리라. 내 생의 한 페이지를 남기는 것이니 꾸준해야겠다. 만화책을 대여하는 문제로 덕명여고 뒷산 산동네에 처음 올랐다. 정말 가파른 산동네다. 게딱지 같은 판잣집, 아슬아슬한 축대, 꼬불꼬불한 골목길. 간신히 몸이 빠져나올 만한 문 사이를 들락거리며 최저 생활을 하는 영세민들, 그래도 이곳은 그들의 아늑한 보금자리다. (이 무렵 서울서 그린 튀밥 장수 스케치)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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