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천골계곡(8월)
  은천골계곡(8월)

 

읽혀지지 않는 세상

                                             박 명 수 (한국문인협회 회원, 목사)

 

누구나 한 번쯤
거꾸로 쓰인 시를 보고
해석되지 않는다고
해답 없는 문제로
대낮처럼 어두움과 씨름하지요


씨름은 밤을 붙잡고
읽혀지지 않는 땀방울은
날을 세워 달려들고
날밤은 뼈를 말려
해석 대신 소환장이 날아와요


찾지 못한 생명 찾아
십 년 강산을 뒤집고
가슴에 대못 빼려 헤집어도
풀 수 없는 매듭처럼
박힌 대못은 태산을 이루네요


꼬일 대로 꼬인
그물에게 네가 왜
꼬였냐고 야단칠 수 없듯
신춘문예 같은 시가 되어
꼬인 실타래는 갈수록 가관이네요


허리케인은
여름에만 오지 않듯
길들여진 들고양이
무늬만 변색된 집고양이 되어
구겨진 얼굴에 가부좌를 틀었어요


살아있는 동물은
짐승의 유전(遺傳)을 고집하듯
*배은망덕은 *결초보은을 비웃고
기역자 낫을 꺼내 풍차를 습격하듯
거인으로 착각한 *돈키호테 닮았어요.


* 배은망덕(背恩忘德) : 남에게 입은 은혜를 입고 배반함
* 결초보은(結草報恩) : 풀을 묶어 은혜를 갚는다는 뜻으로 죽어서라도 은혜를 잊지 않고 갚음
* 돈키호테 : 세르반데스의 소설 '돈키호테'의 주인공, 풍차를 거인으로 착각하여 공격하는 과대망상가

 
  
  은천골계곡(8월중)
  은천골계곡(8월중)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박명수 주주  kosen21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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