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에게 제를 올리기 위해 공동주택에서 단체행사로 마련한 제단.
귀신에게 제를 올리기 위해 공동주택에서 단체행사로 마련한 제단.

대만에서는 음력 7월을 '귀신의 달'이라는 이름으로 '鬼月'이라고 부릅니다. 1년 중 귀신이 가장 왕성하게 활동한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금기도 많다고 하는데, 빨래를 밖에 걸지 않는다는 내용만 생각납니다.

대만은 날씨가 따뜻하고 비옥하지만, 천재지변이 자주 일어나는 곳입니다. 태풍과 지진은 인간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지요. 그래서 하늘을 두려워하고 죄를 짓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 같습니다. 

대만은 오랫동안 외국인이 가장 살고 싶어 하는 곳 수위에 단골로 오르는 곳입니다. 밤길이 안전하고, 의료 및 기타 생활 수준도 높지만 가장 매력적인 이유는 대만 사람들이 선하고 친절하다는 것입니다. 살아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저승의 귀신에 대한 배려도 많이 합니다.

대만 여행 중에 길거리에서 노란 지전을 태우는 모습을 종종 목격했을 것입니다. 사업이나 장사를 하는 사람 중 일부는 음력 매월 15일에 상을 차리고 지전을 태우는데 그 양이 전국적으로 어마어마합니다. 최근에 환경오염 문제로 자제하자는 이야기도 나오면서 조금씩 줄어드는 느낌도 받고 있습니다.

귀월인 음력 7월의 15일은 백중이라고 합니다. 백중에는 일반 가정에서도 거의 다 상을 차리고 지전을 태웁니다.

귀신 중에 아귀가 사는 곳을 아귀도라고 합니다. 생전에 식탐이 많은 못된 인간이 죽으면 가는 지옥인데, 특히 술 처마시고 나쁜 짓 하는 인간이 반드시 빠지는 지옥입니다. 이 아귀 귀신의 위장은 남산만 한 데 식도가 바늘귀만 해서 물도 못 넘깁니다. 산해진미를 앞에 놓고 굶어 죽어 가면서도 못 먹는 고통은 지옥 중에서도 지옥이겠지요.

선한 조상신들이야 항상 차례를 받겠지만, 그런 못된 아귀 귀신도 1년에 딱 한 번 백중에는 섭식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가가호호 상을 차리고 지전을 태워 귀신을 공양합니다.

우리나라에선 살아서도 아귀 같은 귀신들이 우글거리는 곳이 있던데, 죽어서도 밀고 끌어주며 아귀도에 모여 있을 것입니다. 

금준미주(金樽美酒)는 백성들의 피라고 하는데, 아귀도에 빠지지 않으려면 술도 멀리하고 더 이상 죄를 짓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하긴 지옥도 다 자기들이 보낸다고 큰소리칠 인간들이니 기대도 접어야겠지요. 

오늘이 8월 30일로 백중인 음력 7월 15일인데 대만에서는 대부분 7월 14일인 전날 제를 올리더군요. 한국 사찰에서는 여름 한철 선방에서 용맹정진하는 하안거에 들어갔다가 백중날에 회향하던 걸로 기억합니다.

鬼月 백중에 조국을 위해 몸 바친 호국영령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합니다.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김동호 편집위원  donghokim7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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