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은 4년마다 대선과 총선을 치르는데, 선거가 4개월 앞으로 다가온 현재 분위기가 심각합니다. 대만 자체로도 복잡한데, 양대 강국인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요한 변수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국민당 장개석은 중국에서 공산당에 밀려 1949년 대만으로 옮깁니다. 오기 전에 미리 계엄령을 선포하여 대만에서 모든 정치활동을 금하지요. 장장 38년 계엄 통치를 하였으니 다른 당이 생길 수가 없었습니다.

연합국 일원이자 UN 상임이사국인 자유중국은 1955년 미국과 미・중(자유중국, 대만)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고, 미군사령부가 타이베이에 주둔합니다. 2만 전후의 미군이 주둔하였으며, 당시 공군기지인 타이중(臺中)과 해군기지인 가오슝(高雄)에는 지금도 과거의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1971년 자유중국이 UN에서 축출되고, 중화인민공화국이 상임이사국이 됩니다. 미국은 1979년 닉슨 대통령이 중국과 핑퐁외교를 통해 국교를 맺습니다. 상호방위조약을 팽개치고 대만과는 단교하지요.

미국보다 더 약삭빠른 나라가 있습니다. 바로 일본. 과거 50년이나 할양받아 통치했던 대만. 1971년 UN에서 축출되자 바로 다음 해인 1972년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외교관계를 체결합니다. 대한민국은 북방외교를 추진했던 노태우 대통령 때인 1992년 대만과 단교를 하지요.

장개석의 국민당과 이승만, 박정희로 이어지는 우리나라 보수당은 과거엔 상당히 유사점이 많았지요. 둘 다 반공을 국시로 삼아 독재 권력을 휘두르며 지배층을 형성합니다.

1986년 대만독립을 주장하며 민주와 진보를 주창하는 민진당이 창당하였고, 장개석 아들인 장경국 총통은 1987년 계엄을 해제합니다. 1988년 장경국 총통이 사망하자 부통령이던 리덩후이(李登輝)가 총통직을 수행합니다. 그리고 총통 직선제를 실시하여 2000년까지 연임합니다.

뼛속까지 친일을 넘어 일본 숭배자인 리덩후이는 대만 본토 출신입니다. 따라서 중국통일의 기치를 내세운 국민당을 분열시키고 중국과 긴장 관계를 야기합니다. 일본의 통치는 신의 은총이라며 야스쿠니 신사참배(총통 퇴임 후)까지 했던 리덩훼이를 국민당에서 제명하자 새로 당을 만들며 정권이 최초로 야당인 민진당에 넘어가게 하는 일등공신이 되지요.

2000년 민진당으로 정권이 넘어갔지만, 개혁을 염원하던 국민들 의사와는 달리 경제는 엉망이 되고 부패가 만연합니다. 2005년에는 내내 앞서던 한국에 일인당 국민소득이 역전되면서 충격을 받고 8년 만에 다시 국민당에 정권을 내주게 되지요.

역설적으로 대만독립을 주장하던 민진당 정권에서 중국과 교류를 틉니다. 당시 중국과 교류를 튼 실무 책임자가 현재 총통인 차이잉원(蔡英文)입니다.

국민당은 정권을 탈환한 후, 친중노선으로 돌아서지만, 대만인들의 상실감은 컸지요. 대만의 기업들이 중국으로 생산설비를 옮기면서 대만은 경제 공동화가 됩니다.

2016년에 민진당에서 정권을 되찾자, 차이잉원 정부는 여러 가지 혜택을 제공하며 해외 대만 기업들을 본토로 불러들입니다. 그러면서 중국과 각을 세우고 친미 친일 행보를 이어가지요. 3년 전 총통 선거는 여러 가지 이슈로 예측불허였습니다. 결과는 일찌감치 여당인 차이 총통의 승리로 결말이 났습니다. 그래서 장개석을 따라 내려온 보수 국민당 세력이 갈수록 노쇠하면서 대만독립 성향의 민진당이 장기집권을 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불과 2년 만인 2022년 지방 선거에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민진당이 22개 단체장 선거에서 5석만 얻는 참패를 당하고, 사라진 줄 알았던 국민당 후보자가 13곳에서 압승하였지요. 중국과 대치일변도로 서민경제가 어렵게 되자 국민이 돌아섰다고 여겼습니다. 당연히 국민당이 차기 정권을 가져오리라고 누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최근 8월 27일~29일 실시된 2024년 1월 13일 총통선거 후보 여론조사 결과는 전혀 예상 밖이었습니다.

왼쪽부터 민주진보당, 중국국민당, 대만민중당 총통후보         사진:wikipedia
왼쪽부터 민주진보당, 중국국민당, 대만민중당 총통후보         사진:wikipedia

민진당 라이칭더(賴淸德) 32.9%
국민당 허우여우이(候友宜) 17.5 %
민중당 커원저(柯文哲) 20.5%(타이베이 전 시장. 8년 연임)

지난봄, 중국이 대만해역에 미사일 발사하며 전쟁 분위기가 고조될 때 어학원 교수가 전쟁이 발생하면 이민을 가냐고 묻자, “전쟁 나면 그냥 나라를 중국에 바치면 되지 뭐 하러 서로 죽이고 싸우냐?”고 하기에 그때는 농담처럼 들었습니다.

내년 선거가 향후 대만인들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데 위와 같은 여론이 이해가 안 되어 몇몇 친구들의 속내를 들어봤습니다. 많은 친구가 중국과 관계개선으로 민생 경제 회복과 자유로운 왕래를 원하더군요.

현 정부는 모두 사기꾼이며, 도둑놈들이다. 과거에는 도둑질도 모르게 하거나 뒤로 숨기는데, 지금은 뻔뻔하게 대놓고 사기 친다. 미국과 일본에 나라를 넘길 놈들이라며, 특히 일본 핵 오염수를 장관들이 나서서 마셔도 된다고 떠드는데 엄청나게 분노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당연히 국민당 후보를 지지해야 하는 거 아니냐, 왜 1년도 안 되어 여론이 이러냐고 물었더니 속내를 말합니다.

국민당 지지자들이 허우여우이(候友宜) 후보를 찍느니 차라리 투표를 안 하겠다고 합니다. 대만성 출신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예전에 대만 본토 출신인 리덩후이를 찍었다가 배신당한 국민당 지지자들이 돌아선 결과라고 합니다. 아울러 현 국민당 주석(당 대표)을 비롯한 지도부가 차기 총통을 노리고 무능하고 부패한 경찰관료 출신을 후보로 선정했다는 음모론까지 퍼지고 있습니다.

사기꾼 도둑놈들이 득실대는 민진당도 국민당도 다 싫다면서 하는 이야기가 “차라리 공산당이 더 낫다”라고 합니다. 위 여론 조사에서 응답하지 않은 30%! 어쩌면 국민당 지지자들인 이들의 고민이 어떻게 작용할지 정말 예측 불허의 선거가 4개월 후인 2024년 1월 13일에 벌어집니다.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김동호 편집위원  donghokim7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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