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일기장 39

짧은 하루를 방 안에 틀어 박혀 수동이 결혼 청첩장을 쓰는 데 시간을 보냈다. 청첩장을 쓰고 보내는 일도 이제 마지막이다. 3남매를 모두 시집 장가 보낸 것이다. 우리 부부는 서서히 외로운 노인 대열로 들어 가는 것일까. 근래 와서 많이 쓰이는 문구 중 '쓸쓸한 노년'이 떠오른다. 구 시대 노인들은 대가족의 울타리 속에서 외롭지 않았다. 3대가 한 집에 사는 것이 보통이어서 손자 손녀와 더불어 황혼의 외로움을 달래고 가족들의 존경 속에서 삶의 보람을 느끼며 여생을 편히 보냈다 할까? 경제적인 궁핍으로 힘들었겠지만 마음만은 풍요로워 가족과 더불어 산다는 것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크나큰 재산이었다. 오늘날은 자식들이 결혼과 동시에 모두들 둥지를 떠나버리는 새처럼 집을 나간다. 텅빈 둥지에 쓸쓸히 두 늙은이만 우두커니 남는 꼴이 된다. 우리도 머지않아 빈 둥지에 남아 있는 어미새가 되겠지. (2013년 삽화)

편집: 양성숙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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