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일기장 40

서울에서 큰 며느리가 왔다. 시현이 솔나리 남매를 안아 보았다. 시현이는 오랜만이라 낯을 가려 내 품에 오지 않는다. 출생 후 처음 안아 보는 손녀다. 귀엽다. 아직 윤곽이 뚜렷하진 않지만 좀 크면 예쁜 아기가 될 것 같다. 손자, 손녀 모두 피부가 희다. 작은 며느리와 진일이가 미리 와 있어 세 손자가 함께 모였다. 흐뭇하다. 애당초 손자를 안아 본다는 것은 꿈꾸지도 못햇다. 그러나 요행이 지금껏 생을 유지해서 친손주 셋과 외손자까지 안아 보게 되었다. 행복하다. 긴 투병 생활에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살아 온 나로서는 오늘의 이 자리가 너무도 감격스럽다. 정말 이제는 더 바랄 것이 없다. 이제 기적이 없는 한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하지만 이것으로 만족하고 살리라. (2013년 삽화)

편집: 양성숙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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