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일(忌日)

                          이 기 운

 

()에 부딪히는 햇살이 뜨거워

커튼을 치다가 생각한다

더운 집에 살던 여름날

창문에 신문지를 붙이고

겨울이면 추운 집

낡은 이불을 유리창에 매달던

아버지

아버지, 하루만 출장 좀 와 보세요

 

이 세상 만들고 세상보다 크다는 이를 찾다가

아버지 기일도 잊어버렸다

세상은 추위와 더위가 그치지 않으니

늙고 메마른 아버지 손길이

그분의 손이었음을

검버섯 가득한 아버지 얼굴이

그이의 얼굴이었음을

이제 깨닫게 되네

햇빛 가리고 나른한 오후

내 안에 일렁이는 고요한 불빛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이기운 주주  elimhil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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