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일기장 42
부기가 너무 심해 점포에 나가지도 못했다. 마침 수동이 식구가 와서 도움이 됐다. 빙수를 많이 갈아 매상이 올랐다. 수동이가 오는 길에 수박을 사 와서 복수가 찬 몸이지만 몇 쪽 맛있게 먹었다. 방조가 벌집(애벌레)을 가지고 와서 삶아 두었다. 그리고 제수씨가 직접 채취한 아카시아 꿀을 갖고 왔다. 언제나 나를 위해 성의를 베푸는 제수씨께 감사힌다.
그리고 아버지는 며칠 후 세상을 떠나셨다. 한겨레신문에서 시사만화를 하루 쉬고 나는 아버님 관 옆에서 위의 만화를 그려 보냈다. 당시 전교조 교사가 탄압 받고 사망하자 학생 두 명이 따라 건물에서 뛰어 내린 사건이다. 나는 '다시는 나같이 상복을 입고 만화를 그리는 후배가 없어야 겠다'고 생각했고 이후 가족 사망시 사흘을 쉴 수 있게 되었다. (1989년 '한겨레 그림판' 작품)
편집: 양성숙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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