쇳대 하나
박 명 수( 한국문인협회 회원, 목사)
매일 아침
광문 열던 시어머니
아침 지을 쌀 한 됫박
고봉 깎아 며느리에 건네든 일상
한여름 원두막
군것질 생각나서
겉보리 한 바가지 퍼낼 때도
열쇠는 뒤주 속 눈금자를 기억했다
파 뿌리 된 며느리
건네받은 *쇳대는
허리춤에 무뎌진 채 매달려
어둑한 밤 지켜낸 파수꾼을 닮았다
서릿발로
덥혀진 들녘을 식히고
뙤약볕 콩깍지 열리는 소리
마당 가득한 비둘기 부리 분주한데
무거운 손
열쇠 움켜쥔 백발은
호흡 짧아진 자물쇠를 열어
노곤한 몸 누일 석양을 붙잡는다
무너진 장막 집
든든한 쇳대 하나
붙잡을 필요 없는 날
식혀진 심장은 가을 끝을 향한다.
* 쇳대: 자물쇠를 잠그거나 여는 데 사용하는 물건.'열쇠' 의 방언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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