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을 은천골

 

  쇳대 하나

                            박 명 수( 한국문인협회 회원, 목사)

 

매일 아침

광문 열던 시어머니

아침 지을 쌀 한 됫박

고봉 깎아 며느리에 건네든 일상

 

한여름 원두막

군것질 생각나서

겉보리 한 바가지 퍼낼 때도

열쇠는 뒤주 속 눈금자를 기억했다

 

파 뿌리 된 며느리

건네받은 *쇳대는

허리춤에 무뎌진 채 매달려

어둑한 밤 지켜낸 파수꾼을 닮았다

 

서릿발로

덥혀진 들녘을 식히고

뙤약볕 콩깍지 열리는 소리

마당 가득한 비둘기 부리 분주한데

 

무거운 손

열쇠 움켜쥔 백발은

호흡 짧아진 자물쇠를 열어

노곤한 몸 누일 석양을 붙잡는다

 

무너진 장막 집

든든한 쇳대 하나

붙잡을 필요 없는 날

식혀진 심장은 가을 끝을 향한다.

쇳대: 자물쇠를 잠그거나 여는 데 사용하는 물건.'열쇠' 의 방언
 

  초가을 은천골
  초가을 은천골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박명수 주주  kosen21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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