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 격포항(필자촬영)
   부안 격포항(필자촬영)

 

부레 없는 물고기

                                        박명수(한국문인협회 회원, 목사)

거친 바람에

핏빛 상처 송진을 머금고

맨살 드러낸 꺾인 솔가지

손톱 밑에 박힌 장미 가시보다 쓰리다

 

오뉴월 뙤약볕에

속살을 꼬집는 바람 한 올도

때로는 천둥 같은 위력으로

적막한 바다 동공을 여는 눈물이 되어간다

 

우물 벽을 지키는 이끼 일상

매일처럼 우물 안을

드나드는 두레박만 멍하니 바라볼 뿐

새벽닭 울음 몰라줘도 하늘만을 고집한다

 

물을 머금은 물고기

부레 없이 물에 익사하는 날

귀가 열려 닭 우는 소리 들리고

입술 부르틀 때까지 노래하는 날 찾아온다

 

부러진 솔가지

단단히 잠가버린 가슴속

우물 밖 꿈꾸지 못한 이끼 한 가닥

부레를 달아달라 사정해도 소용없는 날

 

까치 한 마리는

아물지 않는 상처로

부레가 필요 없는 두레박처럼

물기 머금은 새봄 비상하는 하루를 건져 올린다.

 
  부안 격포항(필자촬영)
  부안 격포항(필자촬영)

 박명수: 객원편집위원  

박명수 객원편집위원  kosen21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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