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레 없는 물고기
박명수(한국문인협회 회원, 목사)
거친 바람에
핏빛 상처 송진을 머금고
맨살 드러낸 꺾인 솔가지
손톱 밑에 박힌 장미 가시보다 쓰리다
오뉴월 뙤약볕에
속살을 꼬집는 바람 한 올도
때로는 천둥 같은 위력으로
적막한 바다 동공을 여는 눈물이 되어간다
우물 벽을 지키는 이끼 일상
매일처럼 우물 안을
드나드는 두레박만 멍하니 바라볼 뿐
새벽닭 울음 몰라줘도 하늘만을 고집한다
물을 머금은 물고기
부레 없이 물에 익사하는 날
귀가 열려 닭 우는 소리 들리고
입술 부르틀 때까지 노래하는 날 찾아온다
부러진 솔가지
단단히 잠가버린 가슴속
우물 밖 꿈꾸지 못한 이끼 한 가닥
부레를 달아달라 사정해도 소용없는 날
까치 한 마리는
아물지 않는 상처로
부레가 필요 없는 두레박처럼
물기 머금은 새봄 비상하는 하루를 건져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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