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먼저 그 나라와 그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모든 것이 이루어 지리라"(신약성서)

새해 첫 달에 한겨레 온 글장에서 최자영 필진과 정영훈 필진의 시국을 바라보는 두 편의 글을 보았다. 매주 금요일 연재하는 최자영 필진의 글(1/13자. 국회무용론23. 동문서답하는 윤석열과 이재명, 정당공천권 없애지 않고는 죽임의 정치 근절 불가능) 과 이에 정영훈 필진이 조목조목 문제점을 지적한 글(1/15자. 용납 못할 "동문서답하는 윤석열과 이재명~" 칼럼 전면비판 -이재명 대표와 민주진보진영 승리를 위하여), 두 편의 글을 읽으면서 깊은 상념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어찌 보면 논쟁이랄 수도 있지만 옳고 그름을 떠나 세상과 시국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일반 보통의 사람들은 세상을 포괄적으로 이해한다. 세상에 대한 폭넓은 지식과 정보를 가질수록 세상을 더욱 거시적으로 넓게 바라보며 나아가서는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력도 생기게 된다. 반면에 전문가들은 세상을 자기 전문분야의 프리즘을 통해 바라보며 일반 보통의 사람들이 인식하지 못하는 세상의 깊은 문제점들을 찾아내고 지적하는 일에 전문화되고 특화되어 있다.

사물을 거시와 미시의 눈으로 동시에 바라봐야 사물의 실체를 정확히 인식할 수 있는 것처럼 이번의 최자영 필진과 정영훈 필진의 논쟁은 우리가 현재의 시국을 동시에 넓고 깊게 바라 볼 수 있는 생산적인 기회를 제공한 것 같아 한편으로는 반가웠다. 인간의 눈은 참으로 신비해서 먼 곳을 바라보면 먼 곳에 초점을 맞추어 주고 가까운 곳을 바라보면 가까운 곳에 초점을 맞추어 준다. 이 얼마나 놀랍고 감사한 일인가. 물론 나이가 들면서 근시와 원시로 시력이 나빠지기는 하지만 젊은 시절의 시력을 생각하면 정말 경탄을 금하기 어렵다. 이러한 의미에서 두 분 필진의 글은 독자들이 시국을 보다 더 풍부하게 인식하도록 이끄는 촉매제의 역할을 하였다고 본다.

험한 세상을 혼자 헤쳐 나가기에는 너무 어렵다. 그래서 공동체가 생기는 것이고 리더와 출중한 참모가 공동체를 이끌게 되는데, 참모는 위험인자를 찾아내고 분석하여 리더에게 보고하고 리더는 보고된 정보를 충분히 이해하며 바람직한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책무가 있는 것이다.

이처럼 거시와 미시의 관점은 서로 상보적인 관계이지 대척점에 있는 갈등 관계가 아니다. 그런데도 현실에서는 가끔 거시와 미시가 충돌하기도 한다. 리더와 참모가 갈등하다가 갈라서기도 하고 일련의 사태가 발생했을 때 서로의 주장을 역설하며 난타전을 하는 경우도 생긴다. 그러나 세상의 일은 수많은 변수가 엉클어진 럭비공 같아서 어디로 튈지 정확히 알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럭비공이 우연히 나에게 날아 온 것일 뿐 내가 예측한 대로 공이 날아 온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어쩌다가 자기의 주장이 맞았다고 자만할 이유는 없다.

그래서 이제는 어떤 일을 하기 전에 모든 경우의 수를 찾아내고 그에 일일이 대비하는 전략이 필요하게 되었다. 또한 시급한 일과 나중에 해도 될 일, 중요한 일과 과감히 생략해도 될 일 등을 현명하게 잘 분별하고 지혜 있게 처리하는 사람이 리더로 부상하게 된다. 같은 말이라도 어느 때에 하느냐에 따라 분위기를 해치는 말이 되기도 하고 시점에 잘 맞은 명언이 되기도 한다.

멀리서 보는 숲은 아름답지만, 숲에 들어가 보는 현실은 나무들의 치열한 생존의 각축장임을 인식하게 된다. 또한 '멀리서 보는 세상은 멋지지만 가까이에서 보는 세상은 비극(지옥)'이라는 말도 있다. 이것은 형용모순에 가깝다. 세상은 멋지다는 것인가? 아니면 비극이라는 것인가? 이렇게 충돌되는 개념은 자연의 신비 인지도 모른다. 비극을 승화시켜 마침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것이 자연의 오묘한 섭리 아닐까? 처음부터 아름다운 것보다 야생화처럼 고통과 고난을 이겨낸 아름다움이 더욱 생명력이 있고 찬란한 것처럼.

촛불완성연대의 촛불대행진 참여 / 필자사진
촛불완성연대의 촛불대행진 참여 / 필자사진

대한민국이 탄탄한 민주주의 국가가 된 줄 알았는데, 생각지도 못한 검찰독재 권력이 나라를 찬탈하여 국가의 운명과 민주주의가 위태로운 현재, 민주진보 진영은 어느 때보다도 대동단결 단일대오로 독재투쟁에 임해야 한다는 것은 깨시민과 춧불시민 모두가 절실히 바라는 사항이다. 그래서 내부의 소모적인 논쟁보다는 물리쳐야 할 외부의 적, 검찰독재에 일사불란하게 강력하게 맞서 나가는 지혜가 요구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하겠다.

그리하여 다시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주정부를 세운 다음, 민주진보진영의 내부 논쟁을 이어가는 것이 순리가 아닐까? 물론 비상한 시국이라고 해서 무조건 내부 비판을 봉쇄하자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서 조용히 문제를 해결하는 현명한 처신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는 것이다. 성인군자라 할지라도 자기의 잘못과 약점을 일부러 드러내지는 않을 것이다. 이것은 생명체의 자기 보호 본능이겠지만 개개인이 집단을 이루다 보면 쉽게 분열하고 상대를 헐뜯으며 자멸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천사는 아니지만 수구기득권을 대변하는 국민의 힘 보다는 국민의 삶을 개선하려는 진정성은 있다고 인식하기에 다소의 흠결에도 불구하고 깨시민 촛불시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여론조사를 보면 중도층이 40% 가까이 되는 것 같은데, 말이 좋아 중도층이지 사실은 무지층(시국을 잘 모르는 계층)이라고 봐야 한다. 먹고살기 바쁘든지, 정치에 관심이 없든지 어쨌든 정국과 시국에 대해 적극적으로 알려고도 하지 않고 대충 시류에 편승하는 계층으로 수구기득권 세력은 중도층을 어떻게든 현혹하려고 수구언론을 통해 가짜뉴스와 과장조작된 여론조사를 퍼붓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중도층 스스로는 자기들이 대단히 올바른 판단을 하고 있다고 착각하면서 자기들의 생업에만 충실하면 그것이 인생을 잘살고 있다고 생각하며 자기들의 취미생활과 여행에 탐닉하면서 보람되게 산다고 자랑스러워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주진보의 소소한 흠결을 자꾸 외부에 들추어내면 판단력이 부족한 중도층에게 잘못된 신호를 주어 민주진보진영을 까닭 없이 무시하거나 혐오하도록 만들어 결국 본의 아니게 적전분열, 이적행위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원래 집안의 문제는 외부에 노출하면 안되는 불문율이 있다. 어쨌든 집안 내부에서 조용히 문제를 해결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내부 단속은 오히려 윤석열 정권이 아주 잘 하는 것 같다. 여당을 아주 휘어잡고 검찰의 캐비닛을 적절히 이용하면서 군소리 없이 단일대오로 진군하지 않는가.

지금은 검찰독재 정권이 나라를 파탄 내기 일보 직전의 절박한 시국이다. 절박한 시국에는 그에 상응하는 단결된 힘으로 정국을 주도해 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 소소한 이견과 관점은 잠시 접어두고 민주주의 회복과 민주정권의 탈환에 온 힘을 모아 4.10 총선 대승을 이끌었으면 좋겠다.

'그런즉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 (신약, 마6:33)'

현재 우리의 관점에서 '그 나라'는 수구적폐 세력을 완전히 해체한 후 민주주의가 흔들림 없이 정착되고 민주정부가 굳건하게 자리 잡은 나라일 것이다. 우리가 먼저 해야 할 일은 그런 나라를 세우는 일이 아닐까? 그런 후에 노동도 이야기 하고 통일도 논하며 직접민주주의 등 제반 의견을 백화제방처럼 활짝 피워내도 늦지 않으리라. 오히려 민주정부가 들어서야 그 모든 것을 원활하게 실천에 옮길 수 있지 않겠는가. 수구세력이 장악한 나라에서는 말만 시끄럽고 도무지 되는 일이 하나도 없는 상황을 날마다 목도하면서 각자 분열되어 자기들의 주장만 외치는 현실이 혼란스럽고 답답하기만 하다.  일의 우선순위를 헤아리는 지혜를 가지고 엉킨 매듭을 순서에 맞게 잘 풀어내는 민주진보진영의 슬기로운 모습을 보고 싶다.

촛불완성연대는 촛불행동의 주요 연대단체로서 2년 가까이 빠짐없이 촛불대행진에 참여하였다. / 필자사진
촛불완성연대는 촛불행동의 주요 연대단체로서 2년 가까이 빠짐없이 촛불대행진에 참여하였다. / 필자사진

 

​편집 : 조형식 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장

조형식 편집위원  july2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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