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 씨바! 오늘은 인사동에 가자!
*유목서사를 위한 서시
-인사동, 코리언 펍pub 클럽 유목민!
그 오랜 문화의 레이어한 지층에서 나는 노래한다.
너의 술잔의 역사를...
여기, 주점 유목민은 대중문화의 매트릭스다.
여기, 한 잔 술에서 모든 것이 흘러나오고
거기, 너와 나의 눈빛에서 모든 것이 탄생하였다.
성지와도 같은 이 시대의 문화적 제의 공간에서
토굴과도 같은 이 땅의 낮은 자들의 어둠 속에서
너와 나는 그렇게 만나 우리가 되었다.
그렇게 해서 너와 나는 작은 풀뿌리 같은 그 무엇이 되었다.
몸은 비록 작지만
수염이 긴 왕새우처럼 물의 나라의 중심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중심은 폭파되었다.
저 니체 형님의 거센 망치 덕에
중심은 어디에나 존재하게 되었다.
하나의 불확정적인 점들로, 복수성으로,
아, 씨발! 풍요한 리좀rhizome으로,
나는 나가 아니고 우리라는 새로운 관계의
비결정성의 영토성을 지닌 문화 게릴라들이 되었다.
이 새로운 탈영토의 중심의 중심에
여기, 이 시대의 노마드족 '유목민'이 있다.
그리하여 여기, 세상을 움직일 문화의 땡크가 있다.
부릉 부릉 부르릉 하던 시대의 돌멩이들이 있었다.
임화가 시대의 표정을 짓고 거리에서 서성거렸고,
천상병이 오늘도 술에 취해 어슬렁거렸으며,
거기 봉준호도 앉아 있있고, 뭐 한다하는 패거리들이 득실거렸다.
그리고 여기, 거장 장경호도 있고 우리의 칡뫼 노인도 있다.
그래 하나의 문화광산이랄까
미로처럼 복잡하게 얽힌 인사동 골목을,
희미한 불빛을 찾아 아름다운 궁전의 문을 열먼
그곳에서는 신기하게도 번쩍! 하고
갑자기 은칼, 금칼처럼 빛나는 아이디어가 솟고
그곳 은거지 같은 유목민 토굴 속 어딘가에서는 또 갑자기
여기! 우리 장형 김형 이형 하는 정담이 흐른다.
그곳 깊은 곳 어딘가에서는
김시인 최시인 우리 말이야
어이! 개똥이 쇠똥이 말이죠
이바요! 미자 숙자 말자 언니
조선의 정령과도 같은 착한 목소리들이 들려온다.
세상에서 잊혀진 나의 이름도 주워들을 수 있다.
화장실이 급해서 벽을 향해 젖은 지도를 그리먼
시여, 기침을 하자! 는 자유와 사랑을 노래했던 혁명의 시인을 친견하기도 한다.
중심은 어디론가 흩어졌고,
중요한 나사가 빠진 것처럼 세상은 덜컹거렸다.
그러나 모두들 저마다의 중심이 되고,
모다덜 제각각의 목소리의 주인공이 되었으며,
누구나 자신의 고원이 되었지만
난 웬지 모를 슬픔을 가눌 수 없었다.
여기 그 이유를 알 수 없는 우수와 번뇌,
그 번지 모를 인생의 고뇌에 방황하는 외로운 낙타들이여!
나 또한 인생의 미로를 탐사하는 낙타이니
이곳 깊은 우물 같은 내 인생의 목거지에서
그러나 나는 다만
고단한 영혼을 달래고 시든 목을 축일 뿐이다.
편집 : 하성환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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