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캐니언 구경하기 : '사우스 케이밥 트레일', '매더 포인트'
<그랜드 캐니언 구경하기>
어떤 사람들은 전망대에서 그랜드 캐니언을 보는 것에 만족한다. 다른 사람들은 내부 협곡 하이킹을 최고로 친다. 또 다른 사람들은 콜로라도강의 격렬한 물살을 타면서 협곡을 봐야 진정으로 경험하는 것이라 한다. 헬기를 타고 눈 아래에 넓게 펼쳐지는 협곡을 봐야 제대로 구경했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어떤 방식으로 구경하든 눈은 둥그렇게 뜨여지고, 숨은 멈춰지다 가빠지며, 입은 쩍 벌어져 '와우'라는 감탄사가 연발할 것임이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다 멋지다.
'그랜드 캐니언 국립공원'에는 콜로라도강을 중심으로, 남쪽으로 '사우스림'(South Rim)과 북쪽으로 '노스림'(North rim)이 있다. '웨스트림'(West Rim)도 있지만 지난 글에서 언급했듯이 그곳은 공원 영역이 아니고 후알라파이 원주민 영역이다. '웨스트림'은 라스베이거스에서 제일 가깝고, 특별한 의미와 한적함을 선택하는 여행자들이 찾는다. '노스림'은 교통이 '사우스림'만큼 좋지 않고 겨울에는 개방하지 않는다. 그랜드 캐니언 방문객의 10%만 '노스림'을 찾고, 대부분은 '사우스'림'을 찾는다.
- 그랜드 캐니언 전망대에서 구경하기
'사우스림'과 '노스림' 사이 협곡을 따라 전망대도 여럿 있다. 전망대만 둘러봐도 그랜드 캐니언 감상은 부족하지 않다. 우린 일정상 '매더 포인트'만 갔다. 사우스림 전망대만 열 개가 넘어 이를 다 둘러보려면 하루로는 부족하다.
방문하지 않았지만 특별히 소개하고 싶은 전망대가 있다. 아래 파란 도로는 'Desert View Drive'다. 64번 국도가 남쪽에서 일직선으로 올라오다가 그랜드 캐니언 빌리지 근처에서 동쪽으로 꺾어진다. 이 지점부터 89번 국도와 만나는 85km 도로를 'Desert View Drive'라고 한다. 그랜드 캐니언 빌리지 근처에서 그랜드 캐니언 동쪽 출입구까지 37km 구간이 Desert View Drive 전망대 구간이다.
절벽 가장자리를 따라 이어지는 이 도로는 경치가 매우 좋기 때문에 전망대가 7개나 있다. 다른 전망대는 셔틀버스나 도보로 이용해야 하지만, 이 구간 전망대는 개인 차량도 주차할 수 있어 접근이 쉽다. 피크닉 공간도 4개 있다. 우리는 남쪽에서 64번 도로를 타고 올라와 남쪽 입구에서 들어가서 동쪽으로 이동할 여유가 없었다. 다음에 갈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만약 생긴다면 'Desert View Drive'도 한번 들러 보고 싶다.
왼쪽에서 부터 'Pipe Creek Vista', 'Duck on a Rock', 'Grandview Point', 'Moran Point', 'Lipan Point', 'Navajo Point', 'Desert View'다. 아래 사진은 두번째 전망대인 'Duck on a Rock'의 해넘이 경관이다.
- 사우스 림 트레일(South Rim Trail)
그랜드 캐니언에는 약 40여개의 트레일이 있다. 그중 가장 쉬운 트레일은 '사우스 림 트레일'이다. 협곡 가장자리를 따라 20km 이상 평탄하게 계속 이어지기 때문에 멋진 협곡을 보면서 걷는 코스다.
'허미츠 레스트'를 지나 동쪽으로 '브라이트 엔젤 트레일' 입구를 거쳐 '사우스 카이밥 트레일' 입구까지 이어진다. 트레일을 따라 14개의 셔틀 정류장도 가까이 있다. 어른 걸음으로 쉬지 않고 5시간 이상 걸리기 때문에 걷다가 힘들면 셔틀버스를 타고 움직이면 된다. 트레일의 일부 구간은 휠체어와 자전거로도 접근할 수 있다. 반려견과 함께 걸을 수 있는 유일한 트레일이다.
가장 서쪽에 있는 '허미츠 레스트'와 '브라이트 엔젤 트레일' 입구 사이 12km 구간이 전망이 가장 좋고 사람이 가장 적어 한적한 트레일을 즐길 수 있다고 한다. 여기도 다시 온다면 꼭 가고 싶은 곳이다. 아무리 편안하고 쉬운 '림 트레일'이라도 미국 국립공원이 그렇듯 일부 구간은 보호 난간(가드레일)이 없다. 깎아지른 절벽의 가장자리와 쉽게 만날 수 있으므로 안전에 조심해야한다.
- '브라이트 엔젤 트레일(Bright Angel Trail)
먼저 우리가 다녀오진 않았지만, 간단히 소개할 트레일이 있다. 사우스림에서 가장 인기 있는 '브라이트 엔젤 트레일'이다. 종착점이 '사우스 카이밥 트레일'의 'Phantom Ranch'(팬텀 랜치 산장)와 같다. 거리가 15km라 1박을 하고 갔다 와야 하는 코스다. 트레일은 능선 길이 아니라 절벽을 따라가는 가파르고 먼 길이다. 워낙 험해서 중간에 휴게소가 4곳이나 있다. 3곳에서는 식수를 공급받을 수 있다 하더라도 꼼꼼하게 장비를 갖추고 시작해야 한다.
- '사우스 케이밥 트레일(South Kaibab Trail)'
드디어 미국 서부 협곡 구경에서 마지막으로 간 트레일을 소개할 시간이다. '사우스 케이밥 트레일'은 입구에서 360도 협곡 전망을 보여주는 '스켈레톤 포인트'를 거쳐 콜로라도강을 건너 팬텀 랜치 산장까지 약 11km의 길이다. 능선 길이라 '브라이트 엔젤 트레일'보다는 좀 수월하지만 그래도 쉬운 길은 아니다. 이 길 이후는 '노스 케이밥 트레일'로 연결된다. 트레일 입구는 고도가 2,139m다. 트레일 가장 아래 콜로라도강 유역은 747m다. 약 1,400m 높이를 아래로 치고 내려가는 거라 빠른 일정으로 다녀오려면 두통이 올 수도 있다고 한다.
이 코스도 '브라이트 엔젤 트레일'처럼 내려가는 데 걸리는 시간보다 올라오는 데 시간이 두 배 이상 걸리기 때문에 하루에 갔다 돌아오기는 어렵다. 보통 하루는 내려가는 길을 택하고 캠핑장이나 팬텀 랜치 산장에서 자고 다음 날 다시 올라온다. 산장 가기 전까지 먹을 물을 공급받을 수 있는 곳이 없다. 특히 더운 여름에는 땡볕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식수 준비를 단단히 해가야 한다. 워낙 긴 거리라 천천히 가고 자주 쉬어야 한다.
- '사우스 케이밥 트레일'에서 '시더 리지'(Cedar Ridge)까지
'사우스 케이밥 트레일'에서 우리는 '시더 리지'까지 갔다. '시더 리지'까지 가는 코스가 그랜드 캐니언에서 가장 인기 있는 당일치기 하이킹 코스다. 왕복 5km에 2~3시간 걸린다. '시더 리지'는 해발 1,847m다. 트레일 입구가 2,139m이므로 고원 지대를 걷는 거다. '스켈레톤 포인트'까지 당일에 다녀오는 사람도 있으나 왕복 9km가 넘고, 3~4시간 넘게 걸리므로 시간을 충분히 잡아야 한다. 우리는 늦게 하이킹을 시작했기에 '시더 리지'까지 갈 수 있는 것도 감지덕지다.
'시더 리지'까지 코스는 그늘이 거의 없는 좁은 흙길을 따라 한참 내려갔다가 다시 쉼 없이 올라오는 약간 어려운 길이지만 아이들도 어르신들도 많이 걷는다. 바위를 타거나 급경사 구간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나라같이 길 가장자리에 나무 막대를 박고 난간을 친 안전장치가 전혀 없다. 길 가장자리가 바로 절벽인 경우가 많아, 경치를 보다 잠시 넋이 나가곤 하는 나 같은 사람들은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코스다.
셔틀버스에서 내리니 주변이 어제 내린 눈으로 가득하다. 아이젠 장착하고 협곡을 내려다본 순간.... 세상에나…. 시작부터 이런 경관이 펼쳐진다.
길은 절벽 옆 경사면을 따라 내려가며 시작한다. 당연히 지그재그 길도 나온다. 날씨가 추워 길이 살짝 얼었다고 느껴진다. 미끄러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오르락내리락해야 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는데…. 계속 내리치기만 한다. 다행히 지그재그 길은 경사가 그리 심하지 않다.
노새를 타고 오는 사람을 만났다. 이 트레일은 노새를 타고 갈 수 있다. 물론 유료다. 안내판에서 노새를 만날 때는 트레일 가장자리에서 벗어나 절벽 쪽에 바짝 붙어서 완전 조용히 가만히 서 있어야 한다고 알려준다. 노새가 내가 서 있는 위치에서 15미터 떨어질 때까지 트레일을 다시 시작하지 말아야 한다. 최근 몇 차례 등산객과 노새가 만나면서 충돌이 일어나 등산객이 부상한 적도 있고, 노새가 추락하여 사망한 적도 있다고 한다.
'Ooh Aah Point'가 나왔다. 전망이 너무 멋져 사람들이 '우~아~'하고 소리쳐서 이름 붙은 곳이다. '우아 포인트'에서 '시더 리지'가 내려다 보인다.
'시더 리지'의 전망도 훌륭하다. '우아 포인트'가 200도 파노라마라면, '시더 리지'는 270도 파노라마다.
- 환상적인 절벽과 경사면
하이킹하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이 뭐냐고 묻는다면 절벽과 경사면이라고 말하겠다. 먼저 트레일 입구에서 만난 절벽과 경사면이다.
'우아 포인트'에서 만난 절벽과 경사면 같다. 당겨서 찍어 보았다.
반환점인 '시더 리지'에서 만난 절벽과 경사면이다.
600만 년 전 콜로라도강은 하천 침식을 시작하면서, 거의 20억 년에 걸친 지구의 지질학적 역사를 그랜드 캐니언에 조각해 왔다. 화성암, 변성암, 석회암, 사암, 혈암 등 온갖 색으로 층층이 쌓인 암석층에 겹겹이 이어지는 지구의 역사가 살아 숨 쉬게 된 것이다. 암석층은 물과 바람을 통해 계속 마모되면서 절벽과 경사면을 만들었다. 물결치는 파도 모양과 다채로운 색상을 가진 환상적인 절벽과 경사면은 그야말로 시공을 초월한 신의 유희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
- '매더 포인트'(Mather Point)
트레일을 마치고 그랜드 캐니온에서 가장 멋진 전망을 보여준다는 '매더 포인트'에 갔다. 절벽 위 전망대에 올라서면 범접할 수 없는 장엄한 협곡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비할 데 없는 아름다움이 압도하는 광활함이다. 수백만 년간 자연이 아주 천천히 온갖 정성을 들인 심오한 솜씨로 만들어 낸 걸작이다. 그랜드 캐니언이 세계에서 가장 경관이 뛰어난 협곡이라는 말에 99% 동감하게 되는 순간이다.
예전에 사람들은 그랜드 캐니언을 '악마의 협곡'이라 불렀다. 스페인 사람들이 처음 와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죽음을 각오해야만 접근할 수 있는 협곡이라 그리 불렀다 한다. 실제 그랜드 캐니언에서 매년 사망하는 사람은 평균 12명이다. 대부분 추락사, 불볕더위 관련 사망, 콜로라도강 익사다. 실종자는 사망자보다 그 수가 더 많다고 한다.
그랜드 캐니언 국립공원 사이트에는 이런 글이 적혀있다.
"매년 250명 이상이 협곡에서 구조됩니다. 그랜드 캐니언에서 멋진 모험을 하고 병원에 가는 것(또는 그보다 더 나쁜 것)은 당신에게 달려 있습니다."
교만한 자, 무지한 자, 과욕을 부리는 자에게 주는 메시지다. 위대한 자연 앞에선 한없이 겸손해져야 함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준다.
참고 사이트 : 위키백과
참고 사이트 : https://www.nps.gov/grca/index.htm
참고 기사 : http://www.koreatimes.com/article/1242066
편집 : 김미경 객원편집위원, 양성숙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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