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타

            이 기 운

 

당신은 어찌 그리도 가련한 운명으로

자신을 몰아가십니까

사랑하지 않아도 될 사람을

사랑할 수밖에 없고

돕지 않아도 될 사람을

도와줄 수밖에 없는 당신

그 마음, 그 눈물을 알아주는 이 아무도 없어도

끝까지 사랑해야만 하는 당신은

스스로를 극악한 범죄자와

동일하게 여기며

영원히 멈추지 않을 사랑의 형벌을

자신에게 구형하셨나요

나는 처형당해야 마땅하건만

마치 집행자처럼

당신 앞에 서 있네요 당신의

사랑을 요구하는 것은

당신의 죽음을 원하는 것

당신이 사랑하는 방식은

죽음뿐이니

천만번 사랑하여 천만번 죽고

사랑하기 위해 천만번 사는

가혹한 사랑의 운명이여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이기운 주주  elimhil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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