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의 동굴 '환선굴'을 다녀오다

강원특별자치도 삼척시 환선굴 입구
강원특별자치도 삼척시 환선굴 입구

이번 여름에 강원도를 며칠 다녀왔다.  사실 가족여행을 간다고 하면 열이면 아홉 강원도 지역으로 갔기 때문에 강원도의 웬만한 곳은 대부분 다녀왔다고 생각했다. 이번 여름 여행의 행선지는 삼척시였고, '환선굴'이라는 한 동굴을 방문하게 되었다. 

 

요즘 날씨가 살인적인 더위이기 때문에 동굴 안에서 뼛속까지 느껴지는 시원함을 맞을 수 있겠다는 기대를 했다. 예상대로 환선굴 내부는 시원한 정도를 넘어 대단히 차가웠다.

더운 여름 햇빛 아래를 누비는 자살행위와 같은 여행코스 말고 이렇게 찰나이긴 하지만 '피서'라는 이름에 맞게 서늘한 공간을 찾아 돌아다니는 계획을 짜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오늘은 강원특별자치도 삼척시의 환선굴을 주제로 '여행성공시대' 그 두 번 째 이야기를 이어가고자 한다.

 

환선굴 내부
환선굴 내부

환선굴은 1662(현종 3) 허목이라는 사람이 저술하였던 강원도 삼척부(현 강원 삼척시)의 지리지인 <척주지>에서 처음 기록으로써 등장한다. 환선굴은 대한민국 석회암 동굴 중 제일 규모가 큰 동굴이고, 환선굴이 있는 대이리 동굴지대는 1966년 국가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으며 1996년엔 환선굴을 중심으로 군립공원이 되었다.

 

지난 2010년부터는 환선굴 모노레일을 민간업체에서 운행하기 시작하여 관광객들이 보다 쉽게 환선굴 입구까지 이동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모노레일은 현재 민간에서 운영하고 있기에 모노레일 이용요금은 관람 요금과 별도로 내야 하고, 국가유공자 할인 혜택도 존재하지 않는다. 여기에서 국가유공자 예우에 대한 우리나라 인식의 현실도 살짝은 엿볼 수 있는 것 같다.

 
 
환선굴에서는 이처럼 동전을 던지지 말라는 표지판을 볼 수 있었다.
환선굴에서는 이처럼 동전을 던지지 말라는 표지판을 볼 수 있었다.

환선굴 내부에선 이처럼 동전을 던지지 말아 달라는 표지판이 있다. 관광객들이 장난삼아 아니면 진짜 소원이라도 이루어질 줄 알고 동전을 자주 던졌던 모양이다. 소원이 성취되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과 별개로 동전에 포함된 중금속이 유출되면 물 안에서 서식하는 생물에게 대단히 치명적이라고 하니 이런 행동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환선굴 지옥계곡
환선굴 지옥계곡

 

환선굴 '참회의 다리'
환선굴 '참회의 다리'

환선굴을 돌아보다 보면, 중간에 무슨 '지옥계곡'이니 '참회의 다리'라는 흔들다리도 있었다.  자신의 죄를 돌아보며 참회하는 자세는 인간이 발전하고 성장하는데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동굴에서까지 그럴 필요는 없다고 느꼈다. 

 

아마 많은 관광객들이 이 공간에 대해 의문을 가졌을 것이다. 그러나 그 의문은 오래가지 않아 해결되었다.

 

환선굴 출구에 다다를 무렵, '수도승 주거지'를 만날 수 있었다.
환선굴 출구에 다다를 무렵, '수도승 주거지'를 만날 수 있었다.

바로 '수도승 주거지'에서 해답을 찾았다. '환선굴'이라는 명칭은 한 스님이 과거에 수도를 위하여 동굴로 들어갔다가 그 굴에서 해당 스님이 나오는 걸 목격한 사람이 없었고, 사람들은 그 스님이 신선이 되었다고 믿었기에 스님이 찾았던 굴을 '환선굴'이라고 이름 지었다고 한다.

환선굴 '수도승 주거지'에는 신선이 된 스님의 돌절구나 그가 이용하였던 아궁이 등 물건과 흔적이 남아있고, 환선스님의 모습을 재현하였다. 이곳에서 불교 신자 등은 합장을 하고 자신의 소원을 빌곤 한다. 

필자가 방문하였을 때 천원짜리 지폐가 환선스님 주변에 많이 놓여있던데, 사람들은 신선이 되었다는 그 스님에게 무엇을 간절히 빌었을까. 자못 궁금해진다.

환선굴은 방금 설명하였던 스님 이야기 말고도 여러 이야기가 담겨 있는 공간이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이 '용머리 전설'이다. 이는 본래 환선굴에는 용의 머리 형상을 가진 석순이 있었는데, 어떤 사람이 용두(龍頭)를 절단하고 가져가려다가 벼락을 맞고 죽었다는 이야기이다.

이곳에서 관광객들을 쳐다보고 있는 용의 머리 부분은 복원된 것이라고 한다. 두부(頭部)를 한번 도난당했던 용의 머리에선 웬지 모를 적개심 또는  노여움이 느껴지는 듯하다.

환선굴 관광을 마치고 모노레일을 기다리며 촬영한 풍경
환선굴 관광을 마치고 모노레일을 기다리며 촬영한 풍경

동굴 관광을 마치고 밖으로 나와 돌아가는 모노레일을 기다리다가 문득 주변 환경을 둘러보았다. 대한민국은 우리 모두의 조국인지라 여러 분야에 있어 외국과 비교하며 일부에서는 자국을 '헬조선'이라고까지 부른 것이겠지만, 관광 및 자연경관 부분에 있어서 이견의 여지가 전혀 없는 세계에서 뛰어난 축에 속한다고 말할 수 있다.

우리가 미처 가보지 못했던, 아니 갈 생각도 안 했던 우리나라의 여러 관광 명소와 훌륭한 자연 경관도 많이 있다. 앞으로 대한민국 방방곡곡을 누비면서 이를 취재하고자 하니 많은 기대 부탁드린다.

 

편집 : 조형식 편집위원

전대호 주주  daeho452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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