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님

번쩍

밤하늘에 핏대를 세우시더니

우르릉 쾅꽝

천지 가득 호통을 치신다.

'네 죄를 네가 알렸다'

하늘님

분이 풀리지 않으시는지

쏴아쏴아

들판 가득 울분을 쏟으신다.

 

픽사베이 무료사진 가져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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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메모] 

누구나 어린 시절 천둥 번개가 무서워 이불을 뒤집어 쓴 귀여운 추억이 있지요.

어른이 되어서도 내 집 앞에 벼락이 떨어지면 무언지 모를 두려움에 두 손을 다소곳이 모읍니다.

짦은 순간 스스로를 돌아보며 착하게 살겠다고 마음 먹습니다.

그런데 그런 무서운 하나님께 탄원서를 올리는 시인이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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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 나태주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너무 섭섭하게 그러지 마시어요.

하나님, 저에게가 아니에요.

저의 아내 되는 여자에게 그렇게 하지 말아달라는 말씀이에요.

이 여자는 젊어서부터 병과 더불어 약과 더불어 산 여자예요.

세상에 대한 꿈도 없고 그 어떤 사람보다도 죄를 안 만든 여자예요.

신발장에 구두도 많지 않은 여자구요, 장롱에 비싸고 좋은 옷도 여러 벌 가지지 못한 여자예요.

한 남자의 아내로서 그림자로 살았고 두 아이의 엄마로서 울면서 기도하는 능력밖엔 없는 여자이지요.

자기 이름으로 꽃밭 한 평, 채전밭 한 뙈기도 가지지 못한 여자예요.

남편 되는 사람이 운전조차 할 줄 모르는 쑥맥이라서 언제나 버스만 타고 다닌 여자예요.

돈을 아끼느라 꽤나 먼 시장 길도 걸어다니고 싸구려 미장원에만 골라 다닌 여자예요.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가난한 자의 기도를 잘 들어 응답해주시는 하나님,

저의 아내 되는 사람에게 너무 섭섭하게 그러지 마시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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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이 머쓱하여 갑자기 밤하늘이 고요해 집니다.

별들이 하나 둘 떠올라 밤하늘을 수놓고 산들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옵니다.

그제서야 세상의 뭇 생명 편안히 곤한 잠에 들고 아침이 되니 태초의 태양이 처음의 찬란함 그대로 떠오릅니다.  

감사합니다. 하나님 하느님 하늘님

 

편집 : 조형식 편집위원 

 

조형식 편집위원  july2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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