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사귀도 우산이 된다

이기운

 

갑자기 비가 내리는 날

잎이 무성한 나무 밑에서

비를 피한 적이 있어요

밭에 소나기 쏟아질 때

토란잎 하나 꺾어 들고

집으로 뛰어오기도 했지요

 

바람이 제 맘대로 흔들어 놓고

작은 벌레도 제멋대로 갉아먹는

힘없는 잎사귀

그런 작은 잎이라도

수없이 많이 모여 햇빛을 가려주고

쏟아지는 비도 피하게 하네요

 

그래서 내 안의 아이에게

들려주는 말이에요

괜찮아

열매만 중요한 것이 아니야

미풍에 흔들리는

작은 잎사귀로 살아가더라도

괜찮아

어쩌다 세찬바람 불어도

쉽게 손 놓지 말고

굳세게 매달려 있으렴

ㅂ

           선령약수터에서 (사진출처: 이기운)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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