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군참모중장(大韓義軍參謀重將)의 의거일! 앞으로 한 달여가 지나면, 잊지 말아야 할 그날을 맞이한다.
‘안중근 의사의 수감번호, 몇 번인가요?‘ 안 의사께 송구한 마음이 밀물처럼 밀려온다.
이달 초에 (사)한말호남의병기념사업회가 주관한 ‘2024년 중국 독립운동 사적지 탐방(08.31~09.05)’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일행 중 어느 분이 던진 질문이었다. 조선족인 현지 안내인도 알지 못했다. 그는 안중근 의사께서 순국하신 뤼순 지역에 사는 친구에게 물어봐서 소중한 수감번호를 알려줬다.
그 수감번호가 무슨 대수(大數)냐고 할지 모르나, 대체로 숫자는 알게 모르게 어떤 ‘은유’(metaphor)를 간직한다. 적지 않은 암호 또는 비밀번호는 숫자의 조합이다. 나는 선친과 어머니께서 태어나신 날을 기억하려고 그 날짜를 적절하게 조합하여 각종 비밀번호를 만든다. 나는 비번 숫자에 ‘부모님의 생신’을 은근히 숨겨놨다.
그때 일행 중 1970년대 말과 1980년대 초에 학생운동을 하다가 감옥에 갇혀 독방생활을 감내한 어느 선배도 자신의 수감번호를 비번으로 활용한다고 했다. 기억건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지으신 신영복 선생도 어느 강연에서 자기의 수감번호가 비번에 포함됐다고 말씀하셨다. 청포도를 마주할 때마다 연상하는 ‘청포도’ 시인 이육사 선생은 자신의 수감번호 이육사(264)를 하나하나 발음하여 자신의 이름으로 하셨다. 요컨대, 어떤 숫자는 각자에게 현묘한 은유 그 자체다.
왜 일제는 1910년 3월 26일 안 의사께 교수형을 집행했을까? 첫째, 일제는 하얼빈역에서 일본제국주의 중심인물이자 조선 초대통감을 지낸 이토 히로부미가 안 의사께 격살당한 날짜 1909년 10월 26일을 황국신민이 두고두고 기억하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하고자 했으렷다. 숫자 26은 일제에는 이토 히로부미가 격살당한 날이자 동양평화론자 안중근 의사께 교수형을 집행한 날에 대한 은유다.
둘째, 일제는 1909년 10월 25일 대한(大韓) 의병을 궤멸했다고 봤을 텐데, 곧바로 그다음 날 10월 26일에 대한의군참모중장 안 의사께서 이토 히로부미를 격살하였다. 이는 안 의사께서 동양평화를 실현하려는 '의병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라고 만국에 천명하신 의거였다. 그러기에 일제는 26일을 기억해야 했으렷다.
당시에 일제는 1905년 을사늑약과 1907년 정미7조약으로 대한제국(大韓帝國)을 케이오(KO)시켰다고 믿었을 텐데, 그때 한말호남의병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라고 일어나 최후일각까지 싸웠다. 1908년 들어 호남지역에서 의병항쟁은 그 기세가 더욱 세찼다. 이에 일제는 남한폭도대토벌작전(南韓暴徒大討伐作戰)을 벌였다. 이른바, 호남의병대학살작전이다. 1909년 9월 1일부터 10월 25일 사이에 전라도에서 일제가 항일의병을 궤멸하고자 벌인 대규모 군사작전이었다(디지털광주문화대전). 말하자면, 1909년 10월 26일 대한의군참모중장 안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격살은 한말호남의병전쟁의 끊임없는 확장이라고 보지 않을 이유가 없다.
셋째, 이토 히로부미가 격살당한 중국 하얼빈역의 경도는 동경 126도 37분이다. 공교롭게 그 경도에서 100도 37분을 빼면 숫자 26이 나온다. 일제는 그날의 하얼빈역을 황국신민에게 잊지 말라고 각인하고자 했으렷다.
안중근 의사를 단독 배향한 첫 사당인 해동사(海東祠)는 어떤 연유로 전남 장흥에 터를 잡았을까? 우선, 사당은 1955년 장흥 유림과 죽산 안씨 문중 발의로 건립됐다. 둘째, 안 의사의 의로운 기상은 한반도와 대륙을 남북으로 관통한다. 아마도 필연이리라. 해동사의 경도는 동경 126도 56분이다. 중국 하얼빈역과 거의 같다. 서울 광화문(동경 126도 58분)을 중심으로 정북에는 중강진(동경 126도 53분)이, 정남에는 장흥 정남진(동경 126도 59분)이 각각 터를 잡았다. 또한, 안중근 의사가 태어나신 황해도 해주의 경도는 동경 125도 42분이다.
전라남도, 장흥군,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 (사)한말호남의병기념사업회 등에 제안한다. “매년 10월 26일 장흥 해동사에서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역 의거를 재현한다.”
동양평화를 지향하는 만민은 기억해야 하리, 26. 안중근 의사의 수감번호는 26이다.
*이 글은 <남도일보>(2024.09.23.)에 실린 칼럼입니다.
원문 보기: [남도일보 화요세평]안중근 의사의 수감번호는…
https://www.namdo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791079
편집 : 형광석 편집위원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