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헌법은 87년 6월 항쟁의 결과물이다. 30년이 다 되어 간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많이 변했고, 현행 헌법의 문제점도 드러났으며, 또한 미래 사회를 염두에 두어야 하기 때문에 새로운 헌법이 필요하다.

현재의 헌법은 독재 정권을 종식시키는데 너무 큰 방점이 찍힌 나머지 진정한 민주주의, 공화국 실현을 하는 데는 많이 부족하다. 1948년에 제정된 제헌 헌법에 명시된 자본가와 노동자의 이익공유제와 같은 진보적인 의제마저 담지 못했으며, 대통령 직선제 쟁취에 급급했다.

그렇다면, 새로운 헌법에 무슨 내용을 담아야 할까? 사람마다 다양한 의견이 있겠지만, 우선 떠오르는 내 생각을 정리해본다.

1. 대통령선거의 결선 투표제 도입 및 대통령의 권한 대폭 축소

대통령선거 때마다 후보단일화 문제가 핵으로 떠오르다 보니, 정작 중요한 정책은 뒷전으로 밀린다. 그리고, 투표자의 30% 정도의 득표로도 대통령에 당선되는 일이 생긴다. 권한이 막강한 대통령이라면, 투표자의 과반 득표는 필수 아닌가?

예산안 제출권, 법률안 제출권 등 초유의 권한을 축소시켜, 독선을 막는 것도 필요하다.

2. 국회의원선거의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및 국회의원 특권 대폭 축소

현행 소선거구제에선, 다득표 1인만 당선되고, 남은 표는 사표가 된다. 그리고 지역주의가 결부되다보니, 결국 양당제가 되어 협치는 실종되고 많은 정책이 상대당을 이기는 데 초점이 맞춰져 국민의 삶의 질과는 거리가 멀다. 그리고, 우리 국회의원의 특권을 대폭 내려놔야 선거때마다 잿밥에 정신팔린 쉬파리가 들끓지않고,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사명감을 가진 진정한 일꾼들이 국회에 진출한다.

3. 노동자의 경영 참여 길 열기

이미 우리 나라 제헌 헌법에 도입되었던 이익공유권과 함께 회사의 동반자로서 회사원의 경영 참여의 길이 열려야 선진적인 경제민주화가 될 것이다.

4. 기본 소득제 도입

스마트폰 시대, 알파고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각종 일자리는 줄고 있는데, 맞벌이 부부가 폭발적으로 늘다 보니, 양질의 일자리는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일자리마다 경쟁이 치열하여 인간으로서 대접을 못받는 세상이다. 대안으로 기본소득제를 도입하여, 검소하게 살 자세가 된 사람은 돈을 좆지않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5. 평화 통일 실행 방안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달라지는 통일 정책은 우리 국민에게 피로감만 가져다 준다. 통일은 역사적으로 민족적으로 이뤄내야할 당위성뿐만 아니라, 성장의 한계에 부딪친 경제에 있어서도 중요한 돌파구다.

6. 환경 생태 보호 및 국민 건강권 강화

4대강 사업으로 인한 폐해는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제발 이제는 토건국이 아니라, 자연과 함께 조화롭게 살아 갈 방안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원자력발전소도 서둘러 재생에너지로 바꿔나가야 한다. 그리고,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정책의 우선에 두다 보니, 국민의 안전, 건강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 진정한 삶의 질을 생각할 때다.

7. 무엇보다, 진정한 민주주의, 공화정이 실현될 방안을 촘촘히 담아야

우리 사회는 말은 민주공화국이지만, 국가폭력 앞에 국민은 주인 대접을 받지 못한 지 오래다. 진정한 민주제도가 뿌리를 내려 사회구성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온갖 지혜를 짜내어 살기 좋은 공동체를 이뤄낼 수 있어야 한다.

부족하나마, 각자 고민해보고 자기 생각을 드러내고 서로 서로 토론의 장을 만들어서 활발한 의견나누기를 거쳐야 제대로 된 안이 나올 것이다. 그런 취지로 나부터 부족하지만, 안을 내어 놓는다.

새로운 헌법 내용의 국민적 합의가 중요하겠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개헌을 이뤄내는 일이다. 마침 국회의장이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80% 이상의 국회의원이 찬성하는 요즘이야말로 개헌의 실현 가능성이 높은 때인 것 같다. 우리 국민 모두 개헌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특히, 관변단체를 제외한 모든 시민 단체가 개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올해는 각자 단체의 사업은 최소화하고, 나머지 모든 역량을 개헌에 쏟았으면 한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는 갈등, 부패, 불평등, 환경 파괴, 건강 위협 등 거의 많은 문제는 민주주의가 제대로 제도화되지 못하고, 또 작동되지 못한 데 기인한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러니, 민주주의가 제대로 뿌리내리도록 개헌에 온갖 지혜를 모아 헌법을 잘 만드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살만한 대한민국, 희망이 보이는 대한민국을 세우는 일이다.

우리 모두 올해는 개헌에 힘을 모으자.

편집: 이미진 편집위원

김종근 주주통신원  green274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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