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16 재보선은 정권 심판의 연장전

오는 10월 16일에 기초 단체장 네 곳과 서울시 교육감 선거를 치릅니다. 10·16 재보선과 달리, 지난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때는 온 신경을 곤두세웠습니다. 무엇보다 4·10 총선의 가늠자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 명운과도 직결된 선거였기에 일개 전자시민군으로 할 수 있는 한, 진력을 다했습니다. 강서구청장 선거 결과와 총선 결과는 똑같았습니다. 바닥 민심이 그대로 반영된 선거였습니다.

이번 10·16 재보선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요?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4·10 총선의 연장전입니다. 기초 단체장 선거는 정당 중심의 총선과 달리, 인물 중심으로 흐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제 생각엔 10·16 재보선 역시 윤석열 정권 심판의 연장전이라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단순합니다. 총선 이후에도 국정 기조에 변함이 없고 권력의 오만함이 하늘을 찌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장바구니 물가가 상상을 초월합니다. 평범한 시민이 마트에서 물건을 집었다가 다시 내려놓는 풍경을 너무도 쉽게 목격하는 현실입니다. 먹고 사는 문제에 탄식을 넘어 분노를 유발합니다. 게다가 권력의 핵(V0)으로 거론되는 김건희 관련 온갖 의혹과 범죄혐의가 줄줄이 터져 나오는 형국이기 때문입니다. 한 마디로 정권 말기 증상이자 혁신당 표현대로 심리적으로 탄핵당한 정권입니다. 많은 정치평론가가 이구동성으로 10월 국정감사(10/7~10/25)를 대전환점으로 언급합니다.

지난 4·10 총선에서 부산 지역은 진보당 포함 민주당 후보들이 크게 선전해 상당히 뒤집히는 결과를 기대했습니다. 예닐곱 석까지 기대치를 전망했으나 민주당 전재수 후보만 당선되었을 뿐, 결과는 예상과 전혀 달랐습니다. 그럼에도 부마항쟁의 야성이 남아 있는 부산 지역에서 적잖은 희망을 보았습니다. 비록 낙선했음에도 40%대 지지율을 확보했기 때문입니다. 이는 예전 총선에서 볼 수 없던 높은 지지율입니다.

시민의식, 시민성이 부박한 영남이지만 부산은 예전의 부산이 아닙니다. 오는 금정구청장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과 혁신당이 단일화 과정을 거쳐 10월 6일 민주당 후보로 결정했습니다. 비록 기초 단체장 선거이지만 정권 심판 성격이 압도한 만큼 민주당 후보가 신승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다만 강화군수 선거는 워낙 보수세가 강한 접경 지역이라 승리하긴 쉽지 않아 보입니다. 전남 영광 군수 선거는 민주당이든 혁신당이든 진보당이든 호남 지역 정치의식, 시민성을 재평가하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제일 관심이 쏠립니다. 만일에 혁신당이나 진보당이 당선된다면 한국 정치발전에 일대 획을 긋는 진전이라 생각합니다. 곡성군에서 농민운동가 출신 혁신당 후보가 막판 돌풍을 일으킨다면 그 역시 정치발전의 디딤돌이 되겠지요.

진보교육감을 고발한 감사원을 규탄하며 2021년 5월 7일 출범한 <서울교육지키기 공대위> 기자회견 장면(출처 : 서울교육 지키기 공대위 제공)
진보교육감을 고발한 감사원을 규탄하며 2021년 5월 7일 출범한 <서울교육지키기 공대위> 기자회견 장면(출처 : 서울교육 지키기 공대위 제공)

서울시 교육감 선거 또한 윤석열 정권 심판의 연장전입니다. 2022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를 지지하면서 사퇴했던 이가 국민의 힘 최재형입니다. 그는 2021년 문재인 정부 시절, 감사원장으로  전교조 해직 교사를 ‘부당하게’ 채용했다는 사유를 들어 공수처 1호 사건으로 진보 교육감을 고발하게 만든 장본인입니다.

2021년 12월 24일 조희연 진보교육감을 기소 결정한 검찰을 규탄하는 <서울교육지키기 공대위> 집회장면(출처 : 서울교육지키기 공대위 제공)  
2021년 12월 24일 조희연 진보교육감을 기소 결정한 검찰을 규탄하는 <서울교육지키기 공대위> 집회장면(출처 : 서울교육지키기 공대위 제공)  

당시 서울지역 100개 시민사회단체와 교육 단체가 연대해 「서울교육지키기 공대위」를 구성했고 연일 그 부당함을 성토했습니다. 서울시 최초 진보 교육감인 곽노현 교육감을 <사후매수죄>로 엮어 교육감직을 박탈한 것과 똑같은 정치적 의도였기 때문입니다.

민주 진보 단일 후보 정근식 서울시 교육감 후보 선거 유세 차량(출처 : 하성환) <교육이 바로 서야 대한민국의 미래가 열립니다>는 표현이 가슴에 와닿습니다. 정근식 후보는 학교는 행정이 아닌 교육이 중심이라며 불필요한 공문을 막는 방파제가 되겠다고 합니다.
민주 진보 단일 후보 정근식 서울시 교육감 후보 선거 유세 차량(출처 : 하성환) <교육이 바로 서야 대한민국의 미래가 열립니다>는 표현이 가슴에 와닿습니다. 정근식 후보는 학교는 행정이 아닌 교육이 중심이라며 불필요한 공문을 막는 방파제가 되겠다고 합니다.

공교롭게도 이번 서울시 교육감 보궐선거는 매우 돋보이는 선거가 될 것 같습니다. 89 전교조 교사 대량 해직 참사를 ‘국가 폭력에 희생된 인권 침해 사건’으로 그 성격을 명확히 천명한 정근식 후보(당시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와 

보수 단일 후보로 등장한 조전혁 후보 펼침막이 눈에 띈다.(출처 : 하성환) 조전혁 후보는 2010년 이명박 정권 당시 한나라당 국회의원으로 전교조 교사 명단 공개 활동을 벌였던 인물로 전교조와 대척점에 서 있습니다. 조전혁 후보는 초등학교 지필 평가를 부활하고 방과후 선행학습을 허용하며 유보통합 정책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합니다.
보수 단일 후보로 등장한 조전혁 후보 펼침막이 눈에 띈다.(출처 : 하성환) 조전혁 후보는 2010년 이명박 정권 당시 한나라당 국회의원으로 전교조 교사 명단 공개 활동을 벌였던 인물로 전교조와 대척점에 서 있습니다. 조전혁 후보는 초등학교 지필 평가를 부활하고 방과후 선행학습을 허용하며 유보통합 정책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합니다.

한때 ‘전교조 교사 명단 공개’와 ‘전교조 OUT’를 내걸었던 조전혁 후보와의 맞대결이기 때문입니다. 둘 다 진보와 보수 진영 단일후보로 나선 것도 그렇습니다. 서울시 교육감 선거는 민주 진보 진영 후보가 승리할 것입니다.  낮은 투표율을 감안하더라도 이미 민심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이반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한 마디로 서울시 교육감 보궐선거 역시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는 4·10 총선의 연장전입니다.

윤석열 정권 의료파국 상황에서 <출석 일수가 부족해도 시험만 합격하면 진급시킨다>는 교육부 장관의 황당한 행태를 수많은 시민이 목격했습니다. 10월 7일엔 교육부 고위관료가  의대교육과정을 6년에서 5년으로 단축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며 이해할 수 없는 황당한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윤석열 정권 등장 후 2년 남짓 기간 이주호 교육부가 망가뜨린 우리 교육 현실은 참담합니다. 집권 초기 윤석열 정권 교육부가 내지른 현실성 없는 5세 초등학교 입학 정책 발표는 그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최근 영아 학교(0세~2세 )와 유아 학교(3세~5세) 교육 현실을 도외시한 채, 유아교육법과 영유아보육법을 졸속으로 통폐합하려는 유보 통합 정책, 그리고 AI 디지털 교과서 전면 도입 정책이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디지털 기기에 과잉 노출돼 이미 교육력 약화를 경험한 핀란드와 스웨덴조차 다시 종이 교과서로 되돌아가는 추세입니다. 우리나라 역시 초중고생 문해력이 예전보다 많이 떨어집니다.  10월 7일 한교총이 발표한 <학생 문해력 실태 인식 조사>에서도 초중고 교사 91.8%가 예전보다 문해력이 저하됐다고 응답했습니다.

북유럽 교육 선진국 사례에서 보듯이 교육마저 디지털화가 능사는 결코 아닙니다. 독서만큼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좋은 교육은 없습니다. 실제로 독서량은 학업성취도 및 진로성숙도와 비례합니다. 책을 많이 읽는 아이일수록 공부도 잘하고 자신이 꿈꾸는 일을 찾아간다는 이야기입니다. 마찬가지로 학생에게 학습 동기를 부여하고 인간적 성장을 꾀하는 과정에서 교사와 학생 간 ‘관계 맺기’만큼 좋은 교육은 없습니다.

학생 수 자연 감소가 진행되는 만큼 그에 따라 교사를 더욱 증원한다면 학급당 15명~20명 이내로 최적의 교육 환경을 조성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교사의 잡다한 행정 업무를 일소할 적기이기도 합니다. 교육개혁은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고 교육 예산 또한 그런 정책을 뒷받침해야 합니다. 띠라서 내년 3월 AI 디지털 교과서 전면 도입 정책은 혈세 낭비인 만큼 보여주기식 정책은 폐기해야 마땅합니다.

프랑스는 1인당 GDP 6,000$일 때 대학 무상교육을 시행했습니다. 우리는 지금 35,000$ 을 넘나듭니다. 대학무상교육을 시행해도 시원찮을 판에 시행한 지 몇 년 되지도 않은 고교 무상교육 예산마저 삭감했다니 기가 찰 노릇입니다. <윤석열  이주호 교육 탄핵!>의 외침이 그냥 나온 게 아닙니다.  요컨대  <윤석열 이주호 교육 탄핵!>을 전면에 내세운다면 파란색이 빨간색을 압도하는 결과를 낳을지도 모릅니다.

지난해 7월 서이초 교사 비극 이후, 8월 12일 청계천에서 열린 제4차 집회 당시 교사들이 교권뿐만 아니라 교사 인권을 침해하는 핵심법률인 <아동복지법 개정>을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는 모습(출처 : 하성환)
지난해 7월 서이초 교사 비극 이후, 8월 12일 청계천에서 열린 제4차 집회 당시 교사들이 교권뿐만 아니라 교사 인권을 침해하는 핵심법률인 <아동복지법 개정>을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는 모습(출처 : 하성환)

그리고 올해 국민의 힘이 다수인 서울시 의회는 학생인권조례를 전격 폐지했습니다. 이는 지난해 서이초 교사 비극을 학생 인권과 결부시켜 교육 문제를 크게 왜곡시킨 매우 잘못된 해결 방식입니다. 학생 인권과 교권은 결코 상충하는 개념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학생 인권 조례 제정이 교권을 추락시켰다는 논리는 현상을 그럴 듯하게 왜곡한 궤변에 지나지 않습니다. 학생 인권은 더더욱 신장돼야 마땅합니다. 따라서 서울시 학생 인권 조례를 폐기하기보다 전국 지자체로 확산해야 했습니다. 그와 동시에 교권을 짓밟고 있는 아동학대처벌법(2014)과 아동복지법 독소조항을 즉시 폐기해야 했습니다.

교권과 교사의 인권 보호 문제는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화급한 교육계 당면 과제임에도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 힘은 마치 학생 인권과 교권이 상충하는 것처럼 현상을 왜곡하며 여론을 호도했습니다. 따라서 지난해 교권 4법으로 교권을 강화했다면서 슬그머니 넘어갈 일이 결코 아닙니다. 아동학대처벌법(2014)과 아동복지법 독소조항 폐기 없이 교권 4법으론 어림도 없기 때문입니다.

학교 현장의 목소리는 지금도 절박합니다. 교사의 교권과 인권을 철저하게 보호할 법 개정 활동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합니다. ‘정서적 학대’로 언제 신고당할지 모르는 불안한 교사가 어떻게 학생을 행복한 아이로 키울 수 있을까요! 교권을 제대로 보호하기 위해 <아동학대처벌법>(2014)과 <아동복지법> 독소조항을 즉시 폐기하는 등 입법 활동을 하루빨리 지속해야 합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준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교육위 야당 의원들이 11일 국회 소통관에서 교육부에 <한국 학력평가원> 한국사 교과서 검정 취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 장면(출처 : 글은 한겨레 신문 이우연 기자, 사진은 김준혁 의원실 제공)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준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교육위 야당 의원들이 11일 국회 소통관에서 교육부에 <한국 학력평가원> 한국사 교과서 검정 취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 장면(출처 : 글은 한겨레 신문 이우연 기자, 사진은 김준혁 의원실 제공)

그리고 그 무엇보다 뉴라이트 한국사 교과서의 깜짝 등장입니다. 교과서 검정 과정에서 뉴라이트 세력은 <한국 학력평가원>이라는 명칭으로 교과서 검정을 통과시켰습니다. 이는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 투기에 버금가는 대참사입니다. ‘역사의 무지’를 조장하는 것도 모자라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왜곡된 역사를 주입하려는 처사는 나라의 동량을 흔들어 대는 매우 불순한 행태입니다. 오는 10·16 재보선은 교육계에 침투한 검은 세력을 마땅히 퇴치하는 선거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저는 그렇게 봅니다.

편집 : 하성환 편집위원, 양성숙 편집위원

하성환 편집위원  ethics6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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