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날의 기억

 

나의 이야기

이 인이


 

그 해 12월은 눈이 많이 오고 무척 추웠다고
아버지 살아 생전 말씀하셨다

결혼 전 궁합 보니
딸 많이 낳겠다고
주지 스님의 말씀대로
엄마는 연겁어 줄줄이 딸만 낳았다

내 위에 큰 언니 말고
쌍둥이 언니도 있었다
엄마의 건강 악화로 유산 되었지만
낳아도 걱정이었다

그리고 몇 년의 터울을 두고

흰 눈 오는 날
눈이 어른 허벅지까지 차오르던
어느 추운 겨울 날

내가 세상 빛을 보았다

엄마는 설마 또 딸일까 싶었지만
또 딸이었다

우리 엄마는 영화배우
소피아 로렌 스타일이고
울 아버지는 아랑 드롱 스타일이니

아버지는
능력 있는 아내와 동등하게 가족 구성을 이루며
아내를 평생 사랑하고 아끼고  헌신하셨다

술을 못하시는 아버지는
20살 무렵부터 피신 담배를
43살에 절연하셨다

그 뒤 나는 남동생을 둘 보았고
언니를 제외하고 우리 삼남매는
참으로 묘하게 닮았다

우리 언니는 참 묘하게도
생김이 삼남매를 잘도 빗겨갔다

후에 우리 엄마는
언니 얼굴을 리모델링 했고

그 이듬해에 그렇게 어렵기만 하던 언니 결혼이
유명 S대 원자공학과 출신의 미국 박사와
아리송하게도 이루어져
성사되어 가정을 이루어
남매 낳고 활보하며 잘 살고 있다

나는 세상사 꿋꿋하게
나와 관련 된 모든 일에 최선을 다했다

주위 분들은 나를 칭송했지만
웬일인지 엄마는 그 사실을
돌아 가실 무렵 어떤 생각이었는지
푸념하듯 털어 놓았고

나는 침묵했지만
엄마에게 서운함을 느꼈다

그때 일들이 문득 떠오르는 것은
이제는 무심한 듯
엄마와의 일들이
기억 속에 점점 흐려져

기억이  모두 아련한 옛일이 되니 
우리 엄마 아버지도
모두 옛 사람이 되는 것에 대한
마음 속 울림때문일 것이다.

 

                                              박미향기자      2024년  10월 17일       한겨레    신문
                                              박미향기자      2024년  10월 17일       한겨레    신문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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