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필자
출처 : 필자

 

무심히 공원을 걷는데

고목이  발길을 막는다

고개 들어 앞을 보니

우뚝 서 있는 늙은 나무

古木인가 枯死木인가

 

누가 내게 死자를 붙이는가?

아직 땅에 뿌리를 내리고 있고

하늘을 향해 곧게 서서

세상을 관조하고 있으니

살아 있는 거 아닌가

네 맘대로 너 생각대로

함부로 말하지 마라

 

나도 한땐 가지 뻗어 잎 푸르고

풍성한 열매 맺어 벌 나비 새가 찾는

빛나는 청춘이 있었단 말이다

너희들도 잘 알고 있지 않나

그때 너희는 내 그늘 밑에서 편히 쉬었고

맛난 열매도 따 먹지 않았는가

 

잊는 게 세상 이치라지만

세월이 쌓여 내가 좀 초라해졌어도

지금 이렇게 서 있지 않은가

이곳은 내가 평생 살아온 고향 땅이야

아름다운 이 땅에  더 머물고 싶어

나를 이 곳에서 없애지 말아줘

갈 때 되면 알아서 갈 테니

死자를 떼고 그냥 좀 놔둬라

 

혹 톱이란 연장으로

날 무지막지하게 자르거나

곡괭이로 내 뿌리까지 파내면 안 돼

그러면 난 정말 죽을 거야

함께 한 수많은 세월을 어떡하고

매정하게 그럴 수 있어

 

고유한 내 형체가 남아 있고

엄연히 이 곳의 시공간을 점하고 있으며

더구나 타 생명들에게

귀한 양식이 되고 있다면

아직 존재할 가치가 있지 않나

 

그래 알았다 미안하다

난 계속 너와 함께하련다

 

편집 : 김태평 객원편집위원

 

김태평 객원편집위원  tpk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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