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사람들이 속담처럼 쓰는 말들
뱃사람들은 그들 나름 대로의 특유한 속담과 비슷한 말들을 한다. 그러나 그 말들을 새겨 들어 보면 깊은 뜻이 숨겨져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 뱃사람에게는 오뉴월이 없다.
지금이야 동력선이고 선실이 있어서 비 등을 피할 수 있지만 옛날에는 비와 눈을 그대로 맞으며 조업이나 항해를 했기에 생겨난 말이다. 그래서 여름에는 뱃 양반, 겨울에는 뱃놈이라고 했단다.
◦ 뱃놈 똥은 개도 안 먹는다.
풍랑과 싸우다 보면 생사를 넘나드는데 이로 인하여 신경이 극도로 긴장되어서 변비가 심한 사람처럼 변이 새까맣게 타서 나온다고 해서 생긴 말이다.
◦ 바다 고은 것과 여자 고은 것은 믿지 말라.
흔히들 바다가 호수처럼 곱다는 표현을 많이 쓴다. 또는 날씨가 좋아서 바다가 거울 같다, 비단결 같다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그러나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것이 바다이어서 비유하는 말이다.
◦ 어선에서는 어떤 신을 모실까?
어선에서는 하나같이 여신을 모신다.
여자는 잘 삐져서 달래기는 힘들지만, 남자에 비해 샘(욕심, 시샘)이 많아서 다른 배들보다 고기를 많이 잡아야 한다는 마음이 더 많다고 여신을 모신다. 신을 모시는 방법은 한지(韓紙)를 접고 그 위에 오색실을 늘어뜨려 선실의 벽에 걸어 놓는다. 그날 상서롭지 못한 일이 생기려면 선신이 운다고 한다.
그 소리는 찌-익 찍하고 우는데 같은 배에 타고 있어도 못 듣는 사람이 있다. 오랜 배 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그 소리를 듣고 그날 일어날 일에 대해 예측을 하였다고 하는데 저자는 듣기는 하였다.
◦ 죽은 나무 거꾸로 타고 다닌다.
이 말은 배를 만든 나무를 죽은 나무로 표현한 것이고, 거꾸로 타고 다닌다는 말은 배를 만들 때 나무의 뿌리 쪽이 이물(앞) 쪽으로 가도록 하여서 배를 만들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어쩌다 배에서 의견 충돌이라도 생기면 누군가 이 사람들이 죽은 나무 거꾸로 타고 다니면서 무슨 일인가라고 하면 모두 그냥 피식 웃어버리고 마는 데서 생긴 말이다.
◦ 도깨비 배 이야기
저자 나이 15세 무렵이다. 모두가 다 아는 완도의 명사십리(鳴沙十里) 해수욕장이 있는 앞바다에서 갈치가 아주 많이 잡힌 때였다. 그날은 마치 일요일이 되어서 작은아버지와 같이 갈치 낚시를 갔다. 그날따라 갈치가 잘 잡혀서 아주 좋은 기분으로 귀항을 하던 중 신지도의 강독 끝에 왔을 때는 썰물이 세차게 흐르고 바람은 북풍이 불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큰 배 하나가 돛을 달고 아주 빠르게 가고 있었다. 그것도 역수이고 역풍인데도 가는 것을 보고 배가 빠르게 잘도 간다 라고만 생각을 하였다.
그런데 집에 와서 작은아버지의 말씀이 그것이 도깨비 배란다. 내가 무서워 할 것 같아서 말을 하지 않으셨다고 했다. 그런데 배 생활을 오래 하신 분들의 말을 들으니 바다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란다. 그러한 일이 있는 날은 십중팔구는 날씨에 변화가 생긴다고 한다.
◦ 무사항해를 빌던 곳
바닷가에는 어느 곳을 가던 이와 유사한 말들이 있다. 완도에는 큰개머리(大狗頭串) 끝이라고 부르는 곳이 있는데, 지금은 큰 바다가 아니지만 옛날에 돛단배일 때에는 그곳을 지나면 큰 바다로 나가는 것으로 여길 때의 이야기다. 이곳을 지날 때는 밥을 바다에 넣고 무사 항해와 만선을 빌고 다녔다. 만약 밥이 없으면 생쌀이라도 꼭 바다에 넣고 가던 곳이다.
◦ 먼동이 틀 무렵 동쪽에서 유난히도 큰 별이 떠오르는데 뱃사람들은 이 별을 샛별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별이 다른 때와는 달리 아주 심하게 깜박거리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 이러한 징후가 있으면 바람이 분다. 그러나 오랜 연륜이 쌓이는 사람이 아니면 알 수 없는 징후이다.
◦ 석양에 해의 왼쪽에 마치 무지개와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때가 있다.
이러한 현상을 뱃사람들은 해가 쓸개를 달았다고 하는데,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면 3일 이내에 바람이 분다.
◦ 머슴하고 닻은 밥을 많이 줄수록 좋다.
머슴에게는 밥을 많이 주라는 것은 힘을 내어 일을 잘하게 함이고, 닻은 닻줄을 길게(많이) 주어서 바람이 불어도 닻이 끌려가지 않게 한다는 말이다.
◦ 놀아도 갯가(바닷가)에 가서 놀아라.
예나 지금이나 바닷가에는 먹을거리가 풍부하여 배고픈 시절에 생겨난 말로 실제로 저자도 바닷가에 가서 진질(잘피)을 뜯어 먹곤 하였다. 이 해조류는 당분이 있어서 아주 맛이 좋다.
◦ 구월 중구 사리에 사둔(사돈) 빚 갚는다.
구월 중구면 음력 9월 9일로 이때에는 고기가 많이 잡히는 때라서 고기를 많이 잡아 그 어렵다는 사돈댁 빚을 갚는다는 말이다. 그래서 고기를 많이 잡으면 사돈의 빚을 제일 먼저 갚아야 한다는 조심스러운 마음에서였을 것이다.
◦ 고기 못 잡는 선장 배 나무란다.
이 말은 서투른 무당 장구 나무란다는 말과 같은 말이다. 아무리 공을 들여도 그물코가 찢기어 있다면 아무리 많은 고기떼를 둘러쌌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곳으로 고기는 다 빠져나갈 것이란 말인데 이 말에서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말이기도 한다.
◦ 높바람네 같다.
높바람이란 북동풍을 말하는 것인데 바람 중에서 이 바람이 제일 찬바람이다. 그래서 쌀쌀맞은 여자를 두고 하는 말이다.
◦ 파도 속에서 밥 먹는 요령
날씨가 좋으면 아주 편하게 밥을 먹을 수가 있다. 그러나 파도가 심하면 밥을 먹는다는 것이 그렇게 쉽지 않다. 그럴 때는 국그릇은 두발로 보듬고 밥그릇은 손에 들고 먹는다.
◦ 미물이 먼저 안다.
요즘은 옛날에 비해 쥐가 많은 것은 아니다. 옛날에는 배가 정박해 있을 때 쥐가 버리줄(배를 육지에 매어 놓은 줄)을 타고 배로 올라가서 생활을 한다. 그런 쥐들이 태풍이 불어오려고 하면 미리 알고 모두가 육지로 내려오는 것을 두고 사람보다 더 똑똑하다고들 한다.
◦ 봄에 부는 늦바람(서풍)은 가뭄 바람이고, 가을에 부는 늦바람은 날 궂을 바람이다.
◦ 쉬흔 닷새 하루아침 부는 바람
이 바람은 매년 5월경이면 불어오는 바람으로 서풍 또는 남서풍으로 황사가 많이 발생할 때이기도 한다. 쉬흔 닷새를 불고도 서운해서 하루아침을 더 불었다고 하는 말이다. 이 시기에는 황사로 인해 날씨가 뿌옇게 먼지가 많은 것처럼 보이는데 어민들은 이러한 현상을 바람 부대기가 끼었다고 한다.
◦ 주낙 뱃놈 재주는 도깨비도 흉내 내지 못한다.
주낙배란 연승어선을 말한다. 주낙은 그 가느다란 줄을 바다에 놓아두고 고기를 잡는 방법이다.
주낙을 뽑아 올리다 보면 바다 속에 있는 암초 등에 걸려 줄이 끊어지는 경우가 있다. 줄이 끊어짐과 동시에 밑 노(선장)를 잡은 사람은 정면이나 후면과 측면을 보고 현재의 위치를 파악한다.
이러한 것을 산가람 본다고 하는데 산과 산이 맞물리는 것을 보고 배가 있는 위치의 꼭지점을 알아 놓고 사대(걸갱이)라는 도구를 써서 물 속 깊이 끊어져 있는 주낙을 건져 올리는 기술은 정말로 감탄할 만하다.
뿐만 아니라 파도 속을 뚫고 항해하는 것도 그렇지만 물속이 어떻게 생겼는지를 다 알고 있다고 해서 생긴 말일 것이다.
◦ 직업은 속일 수 없다.
우스갯소리 같지만 평생을 선박 생활을 한 사람은 어디를 가든지 똑바르게 잘 자란 나무를 보면 하는 말이 그놈 돛대 감으로 참 좋겠다고 말을 하고, 옛날 비포장도로일 때 자동차가 오르막을 가면서 시커먼 연기를 내품는 것을 보면서 저것도(자동차) 물을 거스르느라고(역수) 힘이 들어 연기를 피운다고 했던 말들이 있다.
무의식적으로 나온 말이지만 모든 것을 배와 연관시켜 생각하기 때문에 자기도 모르게 그런 말이 나오게 된 것이다.
편집 : 하성환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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