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파는 소녀
포근한 계절에 모처럼 공군 동기들 넷이 모여 둘레길 걷기를 마치고는 서촌 마을을 경유하여 경복궁역 부근의 골목 식당으로 가고 있는데, 꽃다발 몇 개를 바구니에 넣은 소녀가 꽃을 사달라며 건넸습니다.
순간, 매번 삶은 달걀 등 간식거리를 챙겨오는 동기에게 주고 싶은 마음에 만원을 건네며 한다발을 사갖고 선물했더니 무척 기뻐하더군요.
덕분에 밥값은 그 친구가 흔쾌히 낸다고 하였기에 오히려 주머니 지출액은 줄어들었지요.
그리고, 얼마쯤 지났을까?
그로부터 수개월 지난 선선한 계절에 고교 동기들과 교대역 부근을 지나고 있는데, 작은 화분 몇 개를 들고 있는 그 소녀를 또 만나게 되었답니다.
화분을 내밀며 사달라고 하기에 "혹시, 금년 초에 경복궁 역 부근에서 화분을 건넸던 사람 아닌가요?"하고 물었더니 "네. 맞습니다. 그 때는 화분이 아니고 꽃다발이었습니다." 이렇게 대답하더군요.
그런데, 이번에는 저녁 식사하러 이동 중이라서 제가 화분을 선물해도 기꺼이 받을 만한 친구가 옆에 없는 것 같아서 "혹시, 화분을 갖고 싶은데 여유가 없는 분을 만나게 되면 그 분께 그냥 드리세요." 하면서 만원을 주었답니다.
아마도 제 부탁처럼 그렇게 전해 주었으리라 생각합니다.
모쪼록 그 소녀가 빠른 시일 내에 이러저러한 정성들을 모아 작은 꽃집이라도 열어 몸과 마음이 지친 이들에게 예쁜 꽃과 밝은 웃음을 많이 나누는 일상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편집 : 하성환 편집위원, 양성숙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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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직 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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