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 한겨레21 씨네21

[선언문] 의료계 전문성과 대학 자율성을 존중하는 제대로 된 의료개혁을 통해 국민의 불안과 불편이 하루빨리 해소되어야 한다.


대학의 자율성은 교육의 건전성과 경쟁력을 좌우함에도 이를 지켜준 정권은 거의 없고, 포퓰리즘적 교육과 입시 정책을 남발해 고등교육이 병들고 있다. 이번 의료사태 또한 정부가 대학의 자율성과 의료계의 전문성을 무시하면서 의대정원 증원에만 몰두해, 기존 의료 및 교육 시스템을 흔들고 국민의 불안을 가중시켰다.
정부에 대한 법원의 요구로 정책의 무모한 추진이 밝혀졌음에도, 정부는 합법적인 의사결정조차 무시하면서 각 대학에 전방위적인 압력을 행사하고 있어 개탄을 금치 못한다.

거점국립대학교수회연합회(이하, 거국련)의 분명한 입장은 의료서비스의 양극화 해소와 미래지향적 의료체계 수립을 위한 정부의 개혁정책에 반대하지 않으며, 일부 의사 단체의 일방적인 정원증원 원점 재검토 요구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하지만, 의료개혁 추진이 아무리 시급해도 절차적 정당성과 의료계와 교육계의 전문성, 그리고 헌법에 명시된 대학의 자율성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거국련은 국민의 어려움을 해소하겠다는 사명감으로 정부와 의료계 모두에게 현실을 직시하여 문제를 해결하기를 엄중히 요구한다.
국민 모두가 공감하는 제대로 된 의료 개혁과 더 큰 혼란을 막기 위해 거국련은 정부와 의료계에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 정부는 의대 증원 목표치에 연연하지 말고 법원의 판결과 각 대학의 결정을 존중하여 정원을 추가 조정하길 바란다.
● 의대 정원은 공신력 있는 의학교육 평가기관에서 각 대학의 인프라를 세밀하게 분석하여 2025년 의대정원 증원과 상관없이 합리적으로 조정되어야 한다.
●의대정원 증원만으로 필수진료의 역량은 강화될 수 없기 때문에, 정부는 인구감소와 지역소멸 대책을 의료개혁과 병행하여 추진해야 한다.
●대학은 의대정원 증원을 재정 확충이나 정원미달 해소의 방편으로 활용해서는 안되고, 민관 협의체를 통해 유·청소년 교육과 입시제도를 개혁해 분야 및 수도권 쏠림 현상을 포함한 여러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국민과 환자들을 위해 병원과 대학으로 하루빨리 복귀할 것을 다시 한번 간곡히 촉구한다.

헌법에 명시된 학문의 자유는 대학의 자율성으로 뒷받침된다. 정부가 정책의 문제점을 수정하지 않고 절차의 정당성조차 확보하지 않으면서 계속 대학 자율성을 침해한다면, 거국련은 모든 대학과 연대하여 헌법의 정신을 수호하고 국민 모두의 안녕과 평온을 지키기 위해 헌신할 것을 선언한다.

2024년 5월 9일
거점국립대수회연합회(가나다 순)
강원대교수회 회장 우흥명, 경상국립대교수회 회장 민병익, 부산대교수회 회장 김정구, 서울대교수회 회장 임정묵, 전남대교수회 회장 김재관, 전북대교수회 회장 김동근, 제주대교수회 회장 양창용, 충남대교수회 회장 최인호, 충북대교수회 회장 박종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