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 내키거나 그렇지 않아도 결혼식에 가게 됩니다. 별 친분이 없거나 얼굴이나 알고 지내는 사이에 청첩장을 받으면 곤란하지요. 하지만 친한 친구나 그들의 자녀결혼식은 한달음에 달려가게 됩니다.
축하하는 마음과 달리 대부분의 결혼식은 지루하기 짝이 없습니다. 멀리서 바라보거나 오랜만에 만난 지인들과 안부를 주고받는 경우가 많지요. 사정이 그렇다보니 축의금만 내고, 식당으로 직행하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오늘의 결혼식은 여러모로 인상적이었습니다. 먼저 신랑신부의 부모님이 먼저 단에 올라갔습니다. 어머니들은 고운 한복을 입고, 아버지들은 가슴에 꽃을 꽂은 턱시도를 입었습니다. 신랑신부 어느 부모님이 먼저 입장을 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두 분이 단 앞으로 나아갈 때 화면에는 젊은 날의 결혼식 사진이 나타났습니다. 처녀총각 때의 결혼식을 상기시키는 듯했습니다.
양가의 어머니들이 화촉을 밝히고, 신부아버지의 성혼식선서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딸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어 내려가는 아버지의 음성이 떨리더니 급기야는 젖은 목소리가 띄엄띄엄 이어졌습니다. 농사일을 하느라 바빠서 놀이공원 한 번 데려가지 못해서 미안했다. 사랑하고, 잘 자라줘서 고맙다는 부분에서 신부아버지도 울고, 나도 울었습니다. 식사시간에야 안 사실이지만 나만 울컥한 게 아니라 그 자리의 대부분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제일 집중도가 높은 시간이었지요.
다음에는 고리타분하지 않은 친구의 축사가 이어졌습니다. 처음 만난 순간부터 자신에게 늘 힘이 되어준 친구들아, 행복하게 잘 살아 할 때 신부는 물론 신부와 하객들이 또 한 번 눈물을 찍어냈습니다. 분위기를 바꾸려는 듯 축가를 부르러 나온 친구가 자신은 노래보다 춤을 훨씬 더 잘 춘다는 말로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행진 전에 신랑의 부모님이 신혼부부를 한 명씩 안아주었고, 신부의 부모님도 꼭 안아주었습니다. 처음으로 몰입했고, 재미있는 결혼식이었습니다. 대표적인 딸 바보인 내게 친구들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런 얘기를 했었습니다. “다향이 결혼식 할 때 어떻게 할래? 펑펑 우는 거 아니야?” 그럴 때마다 “홀가분하고 좋지 뭐”했는데 기쁜 마음과는 달리 그 말대로 될 것 같습니다.
편집 : 오성근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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