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인 6388명·방송작가 4700명
시각예술인 638명 긴급 성명 “윤석열 퇴진하라”

1. 김성수 감독·김은숙 작가 등 1만여명 “윤석열 엔딩은 탄핵·구속”

지난 7일 내란죄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과 구속을 요구하는 긴급 성명을 낸 영화인들이 2차 성명을 발표하고 윤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재차 요구했다. 또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 참여할 것을 촉구했다.

영화감독 김성수, 김지운, 이명세, 이준익, 장항준, 허진호 등 6388명의 영화인과 관객들로 이뤄진 ‘윤석열 퇴진 요구 영화인 일동’은 13일 ‘‘질서 있는 조기 퇴진’은 제2차 내란이다. 국민의힘은 내란 동조 중단하고 윤석열을 즉각 탄핵하라!’라는 제목의 2차 긴급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내란죄 현행범’ 윤석열은 12월7일 오전 10시 ‘법적, 정치적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으며, 제 임기를 포함한 거취와 국정안정 방안은 우리 당에 일임하겠습니다’라는 2분짜리 담화문을 발표했다. 이후 윤석열의 대통령 직무를 즉각 중지할 수 있는 유일한 헌법적 방안인 국회의 탄핵소추안은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의 표결 불참여로 결국 폐기되었다”며 “국민의힘 의원들은 헌법 제46조 2항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는 조항을 비웃듯 본회의장을 집단 퇴장하며 책임을 방기했고, 윤석열을 비호함으로써 내란 동조자의 길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이어 “망상적인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로 시작된 이 혼란에서 우리는 탄핵 혹은 즉각 퇴진 이외의 결말을 상상할 수 없다”며 “헌법을 위배한 대통령은 헌법이 명시한 방법으로 단죄되어야 한다. 비상계엄이 위헌이라면서도 또 다른 위헌적 방법을 모색하는 모든 시도를 우리 영화인들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고 경고했다.

또 “우리는 성별, 나이, 경력, 활동 분야 등 서로 다른 조건을 지녔으나, ‘윤석열 퇴진’이라는 간명한 동일 목표를 바라보고 있다. 대다수 국민과 마찬가지로, 우리 영화인들 역시 전혀 혼란스럽지 않다”며 “국가와 국민을 우선순위에서 배제하고 권력 유지를 위해 정치를 오남용하는 윤석열과 국민의힘이야말로 혼란 그 자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마지막으로 “국민은 한덕수나 한동훈, 국민의힘에 대통령의 권력을 위임한 적이 없다.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의 명분으로 내세운 ‘질서 있는 조기 퇴진’은 권력을 사유화하려는 제2차 내란이다”라며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은 이제라도 본연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 ‘내란죄 현행범’ 윤석열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정하고, 비상계엄을 위헌으로 판단한다면 좌고우면하지 말고 표결에 참여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지난 7일 영화감독 봉준호, 변영주, 정지영, 배우 문소리 등 영화인 2500여명은 윤 대통령의 파면과 구속을 요구하는 성명을 낸 바 있다. 이번 2차 성명은 9~12일 연명을 받았고, 그 수가 80개 단체 총 6388명으로 늘어났다.

4700여명의 방송작가가 소속된 한국방송작가협회도 이날 ‘내란의 수괴 윤석열을 탄핵하고 구속 수사 처벌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어 “윤석열 대통령은 여전히 민의의 전당인 국회를 짓밟던 그날의 망상에서 깨지 않았다. 국민을 향해 겨눴던 총을 손에서 내려놓지 않았다”라며 “이런 ‘미치광이 캐릭터’의 주인공의 엔딩은 하나뿐이다. 지금 당장 윤석열을 탄핵하고 구속∙수사∙처벌하라!”고 촉구했다.

성명에는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의 박해영 작가, ‘경성크리처’의 강은경 작가, ‘더 글로리’의 김은숙 작가, ‘열혈사제’의 박재범 작가, ‘셀러브리티’의 김이영 작가, ‘응답하라’ 시리즈의 이우정 작가, ‘흑백요리사’의 모은설 작가 등이 참여했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한국방송작가협회 윤석열 탄핵 촉구 성명서 전문

내란의 수괴 윤석열을 즉각 탄핵하고 구속•수사•처벌하라!

 

계엄, 포고령, 통제, 처단, 봉쇄…
도심 도로 위의 장갑차, 국회 상공의 헬기, 민의의 전당을 짓밟는 군홧발…
그리고 총을 든 군인과 맨몸으로 맞서는 국민의 대치…

 

12월 3일 그날 밤. 그 시간에도 제작 현장, 편집실, 각자의 노트북 앞에서 프로그램을 준비하던 방송작가들은 눈과 귀를 의심했다. 작가들의 원고 속에서조차 오래전에 사라진, 그리하여 이미 사어(死語)가 되다시피 한 단어들, 간혹 역사 다큐멘터리를 준비할 때나 꺼내보던 낡은 자료화면 속 까마득한 옛 장면들을 현실에서 목도하다니.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재기발랄하고 상상력 넘치는 원고와의 간극과 비현실성이 극명하게 다가왔고, 현실을 일순간에 수십 년 전의 과거로 되돌린 폭거와 만행에 충격을 받았다. 과거의 유물인 줄만 알았던 것들이 현실에 튀어나와 모든 것을 압도하는 그 기이한 경험에 방송작가들 역시 분노하고 전율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받는 충격과 공포 역시 지대할진대, 이른바 ‘K-콘텐츠’의 최일선에 있는 방송작가들에게 더욱 현실적인 공포로 다가온 것은 포고령 속의 한 줄이었다.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 혹은 선배들의 경험담을 통해 과거 군사독재정권 시절의 방송이 어떠했는지를 알고 있다. 제작의 전 과정이 속속들이 검열되고 방송 원고 한 줄, 출연자의 말 한마디가 문제가 돼 고초를 겪거나 방송 현장에서 사라졌음을 안다. “그런 시대가 있었다고?” 옛날이야기를 듣듯, 박물관 속 박제된 유물로 치부했던 일들이 우리의 현실로 다가올 수도 있음을 그날 우리는 얼어붙듯 체감해야 했다. 군홧발에 머리를 짓밟히듯, 생생한 충격으로.


사실 현실의 전초기지로서 시대와 가장 맞닿아있는 방송 현장에 ‘계엄의 전조’가 난입한 지는 오래되었다. 아이템 선정과 편성에서 권력자의 눈치를 보는 일들이 생겼고, 권력자의 심기와 의중에 따라 프로그램의 진행자가 교체되거나 심지어 프로그램이 불방•폐지되는 일도 벌어졌다. 방송사의 수장이 낙하산으로 꽂히는 상황들도 반복됐다. 우리가 당연한 듯 누리던 제작 자율성과 창작의 자유가 침해될 수 있다는 불안이 방송 현장을 잠식하던 차에, 그날의 계엄과 포고령은 악마가 장막을 걷고 걸어 나와 그 민낯을 만천하에 드러낸 순간이었다. 그것도 가장 폭력적인 방식으로.


세계에 한국의 위상과 국격을 드높인, 이른바 ‘K-컬처’가 과거 암흑의 시대를 뚫고 꽃피워낸 소중한 문화적 결실임을 모두가 안다. 아시아를 넘어 세계에서 칭송받는, 수십 년에 걸쳐 우리 국민이 피와 땀, 눈물로 쟁취하고 지켜낸 민주주의와 인권과 평화, 인류 보편적 가치라는 탄탄한 토대가 있었기에 가능했음은 자명한 일이다. 그것이 우리 방송작가들이, 아울러 국민들이 우리의 문화적 성취에 자부심을 갖는 이유다. 세계가 다 아는 그 자명한 진실을 모르는 단 한 사람이, 12월 3일 그 한순간으로 국민적 자부심과 국격을 바닥에 패대기치고 K-콘텐츠의 위상과 성취를 뿌리째 흔들어 놓았음은 두말할 것도 없다.


그리고 어제, 우리는 윤석열의 대국민 담화를 보며 또 한 번 전율했다. 한때나마 이 나라의 대통령이었던 자가 일말의 이성과 양심, 수치심조차 없는 자였다니. 그저 적개심과 광기, 시대착오적인 망상으로 가득 찬 자였다니. 그는 아직 민의의 전당인 국회를 짓밟던 그날의 망상에서 깨지 않았다. 국민을 향해 겨눴던 총을 손에서 내려놓지 않았다. 그가 앞으로 얼마나 더한 악행을 저질러 나라 전체를 나락으로 떨어뜨릴지 알 수 없다. 얼마나 더 국민을 절망에 빠뜨리고 민주주의를 망가뜨릴지 모른다. 우리의 현실은 판타지 SF 드라마가 아니다. 이런 ‘미치광이 캐릭터’의 주인공이 등장하는 막장 드라마의 엔딩은 단 하나뿐이다.

그자는 더는 단 한 순간도 이 나라의 대통령이어서는 안 된다.

그자를 단 하루도 그 엄중하고 막중한 자리에 놓아두어서는 안 된다.

지금 당장 윤석열을 탄핵하고 구속•수사•처벌하라!

2024.12.13. (사) 한국방송작가협회 방송작가 일동

 

<에필로그>

내란 과정에서의 윤석열과 그 일당의 충격적인 행각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그를 당장 대통령직에서 끌어내라는 들끓는 국민적 열망은 정치적 셈법에 눈먼 여당 의원들에 의해 폐기되었다.

매일 경악하고 분노로 치를 떠는 일이 국민의 일상이 되었다.

내란의 모든 과정은 진실의 이름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어떤 방법으로든 내란의 수괴에게 동조/방조/협조한 공범들 역시 부역자의 이름으로 박제될 것이다.

그리하여 두고두고 우리의 원고에 그 이름이 오르게 될 것이다.

그것이 시대를 목도하고 기록하고 후대에 알리는 방송작가들의 책무고, 국민이 가하는 경고다.

2. 시각예술인 638명 긴급 성명 “윤석열 퇴진하라”

‘헌법을 짓밟고 국민의 신뢰를 저버린 대통령은 자유와 예술, 그리고 민주주의의 적입니다.’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두번째 탄핵소추안의 국회 표결을 하루 앞둔 13일 감민경, 김윤섭, 신보슬, 최석운 등 시각예술(미술) 분야 작가와 기획자 638명이 성명을 내어 윤 대통령의... / 2024-12-13 18:30 // 

윤석열 대통령의 즉각퇴진을 요구하는 시각예술인 긴급성명서

 

시각예술은 기억입니다.

시각예술은 치유이며 희망입니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대통령에 의해 짓밟힌 현재 우리는 이 부끄러운 현실을 캔버스에 새기고, 조각으로 빚으며, 참담히 짓밟힌 현실을 시각예술의 언어로 고발할 것입니다.

 

지난 12월 3일, 대한민국은 45년 만에 되살아난 비상계엄이라는 어둠 속에 국회를 침탈한 계엄군의 발자국 소리, 국민의 기본권을 압살하려는 폭력적 시도는 이 시대에 결코 있어서는 안 될 광경이었습니다. 그러나 분노한 국민은 거리로 나섰고,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습니다. 단 2시간 30분 만에 계엄은 해제되었고, 이는 이 땅의 민주주의를 지키고자 했던 국민의 위대한 저항이었습니다.

 

하지만 어제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대통령의 헌법 파괴 행위에 책임을 묻지 못한 채 탄핵소추안이 부결되었습니다. 이는 대한민국의 헌법과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한 참담한 결정이었고 국민의 뜻을 외면하고, 민주주의의 가치를 배신한 결정이었습니다.

 

우리는 묻습니다

누구를 위한 국정이며, 누구를 위한 권력입니까?

민주주의를 유린한 이 행위에 대한 책임을 더 이상 미룰 수 있습니까?

 

이제 우리 시각예술인들은 단호히 선언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금 당장 즉시 퇴진하십시오.

 

헌법을 짓밟고 국민의 신뢰를 저버린 대통령은 자유와 예술, 그리고 민주주의의 적입니다. 앞으로도 우리는 시각예술의 힘으로 민주주의를 지킬 것입니다. 어둠 속에서도 캔버스 위에 밝은 빛을 그릴 것입니다.
 

우리의 조각은 진실을 간직할 것이며, 우리의 목소리는 자유를 노래할 것입니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지키는 예술로 국민과 함께할 것입니다.

 

더 이상 이땅의 자유와 민주주의가 훼손되지 않기를 바라며 시각예술인들의 마음을 모아 다시 한번 윤석열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강력히 요구합니다.

 

2024년 12월 13일

자유와 민주를 바라는 시각예술인 638인
명단 보기 : https://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1172989.html

옮긴 이 : 김미경 객원편집위원  

한겨레 이정국, 노형석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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