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실에 누워 있는 환자들이라고 왜 아니 생각이 없을까?
12월 14일, 병원 휴게실에서는 조선족 간병인들까지 와글바글이다.

"살아있네!"

"저게 뭔 지랄이여. 애들 장난도 아니고."

"난리도 저런 난리가 어딨어?"

"인자, 좀 조용해지겄지."

"근데, 왜 집에들 안 가고 계속이네."

"그냥 못 가지. 가는 데마다 호프집이 만석일걸."

"수고들 했다. 저것들 빵이라도 한 개씩 사 줘야 하는데."

"200표면 충분한데 너무 많이 나왔어."

"그야, 쥐도 새도 모르게 뒈진다고 하니 한동훈이 열받아서 그런 거지."

"윤석열이가 날을 잘못 잡았다니까."

"맞어, 저 등신이 무당 잘못 고른 거지."

"뭔 소리? 이번엔 용한 당골네가 맞어. 일부러 그날로 밀어붙인 거라니까."

"그나저나 재명이만 살판났네."

"복잡하게 재판 갈 거 뭐 있어. 그냥 재명이가 하면 안 되나?"

"저놈의 떼죽을 몽땅"

그때였다.

"으이그, 이재명 저 문디새끼!"

하면서 한 여인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선다.

"쥐좆도 모르는 보리문둥이가...

이 꼬라지 난 게 누구 때문인지나 알어? 윤석열이가 당구를 오백 치거든. 내가 당구를 좀 치니까 알어. 눈이 안 좋으면 당구는 못 쳐. 근데 저 새끼가 눈깔을 어떻게 해서 군댈 안 갔거든. 군인들이 누군데 저놈 말을 듣겄어? 안 듣지. 그래서 비상계엄이 물건너갔다니까."

리모컨을 독차지하는 영감이다. 목에도 허리에도 깁스를 한 채 가슴 왼쪽에 훈장처럼 자가 통증 조절기(PCA)를 달고 오른쪽에는 핏물받이가 매달려 있다. 좌중을 훑어보는 그의 노기등등한 장광설에 하나둘 자리를 뜬다.

백병원(고양시) 700동 병실 휴게실에서 환자, 보호자, 간병인 등이 탄핵안의 진행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2024.12.14.16:30, 사진 : 박춘근)
백병원(고양시) 700동 병실 휴게실에서 환자, 보호자, 간병인 등이 탄핵안의 진행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2024.12.14.16:30, 사진 : 박춘근)

 

병원 생활 엿새째.

다른 염사 거의 없고, 손주들이 많이 보고 싶다.
사실 진작부터 딸이 손주들을 데리고 온다는 걸 한사코 내가 말렸다. 병원 자체가 그렇지 않은데, 부스스한 얼굴하며 수액 폴더에 주렁주렁 늘어뜨린 주사 줄이 싫다. 사흘 있다 나가면 제일 먼저 이발하고 샤워하고 아기들을 안아야겠다는 생각뿐이다. 그런데 갑자기 아기들을 데리고 올라온다고 하지 않은가?

"아니, 어떻게?
그동안 어른들만 병실에 갈 수 있다고 했잖어?“

"진이가 오늘은 '만세 부른 날'이라고 올라가도 된다고 했대요."

아내 말에 부랴부랴 얼굴을 씻고 헝클어진 머리를 매만졌다. 잠시 뒤에 진이만 불쑥 들어왔다.

"글쎄, 둘 다 좋아라고 ‘하삐, 하삐’ 손뼉 치더니 5분도 안 돼 쿨쿨 자는 거 있지? 얘들 지금 김서방이랑 주차장이야. 아빠, 내려가서 보든지…."

진이가 두고 간 샌드위치를 매만지며 아내가 말한다.

"우리 아기들 좀 봐 봐."

여의도의 ‘축제’를 지켜보면서 따라서 춤을 추는 선우(2024.12.14.)
여의도의 ‘축제’를 지켜보면서 따라서 춤을 추는 선우(2024.12.14.)
 덩달아 만세를 부르며 좋아하는 원이와 재영이(2024.12.14.)
덩달아 만세를 부르며 좋아하는 원이와 재영이(2024.12.14.)

 

편집 : 박춘근 객원편집위원

박춘근 객원편집위원  keun7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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