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잘됐다
아내는 어려서 아빠와 사이가 좋았다고 한다. 농사를 짓던 아빠는 고된 일을 하고 돌아온 저녁에도 막내딸을 업어주거나 목말을 태워주기도 하였다.
어느 때 어린 딸의 엉덩이에 종기가 생겼다. 아이는 엉덩이에 혹처럼 종기가 생겨서 붓고 아파서 울며 징징댔다. 엄마가 보고 고름을 짜주려 해도, 아빠가 달래도, 아프다고 건드리지도 못하게 하였다.
그러면서도 성질 굳센 아이는 놀러나갔다가 비탈에서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게 되었다... 엉덩이에 난 종기가 터져버렸다!
아이는 울며불며 집으로 뛰어 들어갔는데, 아빠는 아이를 안아주며 '오히려 잘됐다' 하면서 엉덩이의 종기를 꼭 짜서 고름을 빼 주었다.
아이는 울면서 '뭐가 잘됐어, 아파죽겠단 말이야' 하고 소리쳤지만 그 다음에 엉덩이의 종기는 금방 나았다.
살면서 넘어지고 터지는 일도 더러 있게 마련이다. 꼭 대단한 시련이나 고난이 아니라도 실수해서 부끄럽고, 뜻대로 되지 않아 마음 아픈 때도 있다.
우리는 어쩌면 평생 어린아이와 같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속상해하고 염려하고 더러 울기도 한다면, 누군가 아버지 같은 이가 우리를 바라보며 '얘야, 괜찮아, 오히려 잘 됐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지금 아프고 마음에 피가 흐르는 듯한 일들이 있어도 '오히려 잘됐다'고 생각하자. 문제가 터지면 고쳐질 것이고 아픈 것은 나아질 것이다.
무엇보다도, 아프거나 우는 것은 살아있다는 증거가 아닌가.
한 해를 지내며 넘어지고 아픈 일을 겪은 이들도 많을 것이다. 국가적으로는 잘못 뽑은 대통령으로 인하여 많은 어려움을 당하다가 얼토당토 않은 비상계엄과 전쟁도발의 위기까지 겪었다. 미끄러져 넘어지고 부어 오른 종기가 터진 것처럼 아프고 부끄러운 일이다.
그래도 고름을 짜내고 상처를 싸매면 회복되고 나아질 것이다.
오히려 잘됐다. 다음에는 온 국민이 더 잘 분별할 것이고, 국민의 암 같은 종기도 생기지 않게 조심할 것이다(적어도 그런 희망을 가진다).
12월도 며칠 남지 않았다.
힘든 일들에 마음 매이지 말고, '오히려 잘됐다' 하고 감사하며 한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기다리면 좋겠다.
편집 : 하성환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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