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3일 밤23시, 험한 것이 나왔다.
45년 전에 간신히 매장했던
계엄귀신을
망상에 찌든 내란수괴범이
불러 일으켜 부활시켰다.
계엄귀신은 오랫만에 일어났는지
잠에서 덜깬 듯
완전무장을 뒤뚱거리며 밀려들었다
섬뜩한 소름 냉기가 국회를 휘감았다.
수만명 시민들은 야밤을 뚫고
국회로 달려와 계엄귀신들을
겁내지 않고 용기를 내어
몸으로 밀어내며 대치하였다.
계엄귀신이 국회를 장악하기 전
국회의원들은
자기 직장 담장을 넘고
굳게 닫힌 문을 넘어
속속들이 본회의장에 모여들어
계엄귀신 물러가라고
부적 190개를 개봉하며
나무 방망이를 세 번 힘껏 내려쳤다.
다행히, 천만 다행으로
계엄귀신들은
몇 시간 만에
주춤주춤 뒷걸음질로 물러났다.
물러나면서
죄송하다고 굽신거리는
계엄귀신도 있었다.
시민들은
계엄귀신들 잘 돌아가라고
손을 흔들어주기도 했다.
계엄귀신은 죄가 없다.
매장되어 영면을 하는데
본.부.장 살겠다고
야밤에 두들겨 깨워
1,500명이나 국회, 선관위로
진군시킨 내란수괴범이
반국가사범 대역죄인 개잡놈,
북극 심해저에 수장해야 할
험한 것이지
파릇파릇한 젊은 병사들은
얼척없이 억울하다.
대한민국에서 계엄 쿠테타가 실패한 것은 아마도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그동안의 쿠테타 성공에 맛을 들였는지 모르겠으나 선진국이 된 대한민국의 위치를 간과한 후진적인 작태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번 쿠테타의 실패는 시간싸움에서 국회가 이기도록 하늘이 도운 기적같은 일이었다. 계엄군이 헬기를 타고 한강을 건너야 하는데 공군의 허가를 받으려고 48분이 걸리는 사이에 국회의원들이 속속들이 모여 190명의 표결로 계엄해제를 전격 의결하였다. 공군(하늘)이 48분을 붙잡지 못했다면 계엄해제도 못하고 계엄 시국을 맞을 뻔 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모골이 송연하다. 아마 지금 이런 글도 쓰지 못하고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을 것 아닌가? 공군이 하늘을 원칙대로 잘 지켜주어 불법적인 계엄 쿠테타를 막을 수 있었다. 아예 허가를 안했더라면 더욱 좋았겠지만 어쨌든 거듭 하늘에 감사한다.
편집 : 조형식 편집위원 , 양성숙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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