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에서 보헤미아의 국왕 카를 4세는 아마도 몽골 제국의 황제 칭기즈 칸과 동의어가 아닐지 생각합니다. 카를 4세는 후에 신성로마제국의 2대 황제가 되었으니까요. 이미 프라하 편에서도 많은 자취와 역사를 남겼다고 언급했습니다.

카를 4세 국왕이 사냥을 나갔다가 다리를 다쳤고, 그곳 온천에서 치유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곳 온천에 붙여진 이름이 ‘카를의 뜨거운 샘’이라는 의미로 ‘카를로비 바리’라는 도시가 생겨났습니다.

1300년대에 활동했던 카를 4세는 후세 2차 세계대전의 참화와 구소련의 위성국이 되는 체코를 다시 구원한 영웅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지도에서 보시는 바와 같이 카를로비 바리는 독일의 드레스덴이나 남쪽 국경보다 훨씬 서쪽에 있습니다. 히틀러에 의해 합병이 되기도 하지만 그 역사와 이름만으로도 카를로비 바리는 체코의 영역으로 영원할 듯합니다.

카를로비 바리는 1946년부터 매년 7월에 국제 영화제가 열리는 곳으로 유럽 특히 공산권에서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했다고 합니다.

또한 18세기 무렵에는 휴가지 그리고 사교 장소로 유럽에 널리 알려졌다고도 하고요. 다녀간 유명인들이야 셀 수 없겠지만, 여행사에서 준 책자를 보니 괴테, 모차르트, 하이든, 쇼팽, 드보르자크 등의 이름이 보입니다.

프라하를 떠나 주차하고 얼마 걷지 않아 웅장한 자태의 건물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KAISER-BAD*
*KAISER-BAD*

*KAISER-BAD*? 사진을 찍고 고개를 갸웃거리다 자료를 뒤적이니 옛 ‘황실 목욕탕’이라고 나옵니다. 1895년에 지었다니 명성황후가 시해된 을미년, 그리고 조선 반도에서 청일 전쟁이 끝나고 청나라가 대만을 일본에 할양하던 해에 이곳에선 저 건물을 지었답니다. 카이저는 아시다시피 로마 황제를 뜻하고, 당시 이곳에는 많은 독일인이 살아서 BAD는 독일어에서 나온 듯합니다. 독일어 사전에 ‘목욕탕’을 치니 badezimmer 라는 단어가 나옵니다. (BAD는 나오지 않음)

동화 속 그림 같은 장면
동화 속 그림 같은 장면

동화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카를로비 바리는 현재 인구 약 5만의 작은 도시입니다. 18세기 고풍 스러운 바로크 양식의 건물, 특히 마실 수 있는 온천수로 유명한 도시입니다.

중앙의 테플라강을 끼고 주변과 전방의 언덕에 보이는 건물이 이 도시의 대부분,
중앙의 테플라강을 끼고 주변과 전방의 언덕에 보이는 건물이 이 도시의 대부분,
길가 상점마다 각기 다른 특색의 다양한 도자기 컵. 손잡이가 빨대 역할을 한다. 차가운 물이 아래로 내려가는 원리를 이용한 듯 빨대 기능은 손잡이 아래에서 위로 연결.
길가 상점마다 각기 다른 특색의 다양한 도자기 컵. 손잡이가 빨대 역할을 한다. 차가운 물이 아래로 내려가는 원리를 이용한 듯 빨대 기능은 손잡이 아래에서 위로 연결.

우리에게 온천이란 목욕의 개념이 강하다면 다른 나라들은 치유와 건강 의미가 주가 되는지 이곳도 많은 온천 요양소와 고급 아파트 호텔, 그리고 테플라 강을 끼고 즐비한 상가건물이 서로 아름다움을 다투고 있습니다. 그리고 워낙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라서 그런지 이곳 거주자는 세금을 내고 산다고 합니다. 아마 인두세를 따로 거두나 봅니다. 또한 구소련 위성국의 흔적인지 러시아 부자들이 건물을 많이 소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벽면에 그린 그림. 입체감이 아래 실제 지붕보다 더 현실감이 난다.
벽면에 그린 그림. 입체감이 아래 실제 지붕보다 더 현실감이 난다.
트리니지 콜로나다.
트리니지 콜로나다.

콜로나다(Kolonada)는 온천 원천지 위에 세워진 회랑을 뜻한다고 합니다. 그중 사진의 트리니지 콜로나다는 이곳에 있는 12개 콜로나다 중에서 가장 오래전에 지어졌다고. 카를 4세가 다리를 치료했다고 알려진 온천이 있는 자리입니다.

스위스식 목조건물. 왼쪽에는 온천수 음수대가 있다.
스위스식 목조건물. 왼쪽에는 온천수 음수대가 있다.
왼쪽에 있는 분이 이곳 온천수 전용 도자기 컵에 온천수를 받고 있다.
왼쪽에 있는 분이 이곳 온천수 전용 도자기 컵에 온천수를 받고 있다.
삼위일체 탑.
삼위일체 탑.
낮과 밤 분수. 왼쪽 미황색 건물 HOTEL ROMANCE에서 점심 식사.
낮과 밤 분수. 왼쪽 미황색 건물 HOTEL ROMANCE에서 점심 식사.
호텔 로맨스에서 먹은 빵과 고기 그리고 아이스크림
호텔 로맨스에서 먹은 빵과 고기 그리고 아이스크림
또 다른 콜로나다.
또 다른 콜로나다.
운전이 미숙한 꼬마가 걷고 있는 우리 일행을 뒤에서 받아 중심을 잃고 고꾸라졌다. (사진 중앙 뒤돌아서서 한쪽 다리를 들고 있는 여성)
운전이 미숙한 꼬마가 걷고 있는 우리 일행을 뒤에서 받아 중심을 잃고 고꾸라졌다. (사진 중앙 뒤돌아서서 한쪽 다리를 들고 있는 여성)
아버지가 엄한 목소리로 꾸짖으며 사과하라는데 딴청이다. 넘어진 분은 우측 세 번째 선글라스를 올리고 있는 여성.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는데, 나중에 개 발바닥(狗)에 王자 새기고(狂人, 미친 놈) 술주정 부릴까 봐서 걱정이다.
아버지가 엄한 목소리로 꾸짖으며 사과하라는데 딴청이다. 넘어진 분은 우측 세 번째 선글라스를 올리고 있는 여성.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는데, 나중에 개 발바닥(狗)에 王자 새기고(狂人, 미친 놈) 술주정 부릴까 봐서 걱정이다.
성 마리아 막달레나 성당. 보는 것만으로도 경건해진다. 내가 좋아하는 관세음보살도 저 안에 계실 것 같다.
성 마리아 막달레나 성당. 보는 것만으로도 경건해진다. 내가 좋아하는 관세음보살도 저 안에 계실 것 같다.

왼쪽의 상에는 'HYGIEIA'라는 이름이 선명한데 생경하여 사진을 찍었습니다. 사전을 뒤적이니 그리스 건강의 신이라고 나옵니다. 위생과 청결을 의미하는 hygiene의 어원이랍니다.

중앙의 사진은 온천수가 뿜어져 나오는 모습입니다. 미국 Yellowstone 국립공원에 있는 Old Faithful Gaiser의 간헐천을 보려고 열심히 가는데, 도로에 야생동물이 나오면 차들이 그냥 서서 마냥 기다리더군요. 덕분에 도착했을 때는 분출 시간이 끝나고 사람들은 이미 흩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때의 아쉬움을 이곳에서 풀었습니다.

오른쪽은 역시 온천수를 마시는 관광객.

2층에 ELEPHANT라는 상호가 있다. 3층에는 황금 코끼리 상이 선명.
2층에 ELEPHANT라는 상호가 있다. 3층에는 황금 코끼리 상이 선명.

이 코끼리 건물에서 모차르트가 차를 마셨다는 이야기를 가이드가 하는데 언뜻 듣고 조금 후에 헷갈렸습니다. 베토벤이라고 했나 모차르트라고 했나? 나는 어렸을 때부터 서양 사람 이름이 제일 어려웠는데, 그 병이 또 도진 것이지요. 그래서 가이드에게 다가가 조용히 물어봤습니다. 모차르트가 맞냐고? 그렇답니다. 그리고 또 까먹었습니다. 차만 마셨냐? 숙식도 했느냐고 물어본다는 게 그만. 그래서 지금도 모릅니다. 잠은 어디서 잤는지?

이곳이 포토존이라고 알려줘서 저도 함께 일행 몇 명과 사진을 남겼습니다.

편집 : 김동호 객원편집위원

김동호 객원편집위원  donghokim7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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