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 풍욕

               이기운

 

밤 깊어 창문을 연다

파도처럼 방 안으로 밀려드는 찬바람

알몸으로 서서 두 손 모으고

내 안에 도사리고 있는 어둠을 호출한다

꽃 피는 계절과

태양의 들판을 지나오며

어디선가 숨어 들어온 어둠아

이제는 나가라

내 몸에 흐르는 푸른 강물을 더럽히며

아름다운 내 정원을 파헤치는

두더지 같은 것들은 떠나가라

 

이 땅의 정직한 노동자들을

눈물짓게 하고

살육과 전쟁을 모의하며

왕이 되려 하는 자들,

예배당에 엎드려 기도하는

착한 사람들에게 최면을 걸고

그들의 영혼을 오염시키는

악귀에 씐 종교 지도자들,

어둠이며 질병이며

탐욕 덩어리들아

이제는 사라져라

 

봄바람을 주시고

뜨거운 태양 빛을 비추시고

칼날 같은 찬바람도 보내신 이여

나를 정결케 하소서

이 땅을 새롭게 하소서
 

  사진출처:이기운
  사진출처:이기운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이기운 주주  elimhil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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