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독재, 나치, 일제 치하에서의 폭정, 인권탄압에 대해서 구제받을 방법이 없는 경우에 항거하는 것이 저항권이다. 극우 등 대통령 지지자들이 위헌, 불법적 내란 행위를 옹호하면서 저항권 운운한다. 그들이 말하는 저항권은 민주주의와 국민 기본권, 공화정을 부인하는 것

2025년 1월19일 새벽 서울서부지법 건물 내부에 진입한 폭도가 안내데스크를 밟고 넘어가고 있다. (출처 : 한겨레 21 신다은 기자 2025.1.23)
2025년 1월19일 새벽 서울서부지법 건물 내부에 진입한 폭도가 안내데스크를 밟고 넘어가고 있다. (출처 : 한겨레 21 신다은 기자 2025.1.23)

역사는 반복되는가?

1980년 5월 20일 대법원은 10.26사건 최종심에서 김재규, 이기주 등 5인에게 사형을 선고하였다. 4일 뒤인 5월 24일 서울구치소에서 이들의 교수형이 집행되었다.

김재규 등에 사형을 확정한 대법원 결심과 사형 집행은 전두환 군부가 쿠데타(군사 반란)로 실권을 장악하여 벌인 광주 민중항쟁, 광주학살이란 아비규환 상황에서 진행되었다.

4.19 혁명으로 탄생한 민주정부를 전복시키고 집권한 후 영구 집권을 획책하던 박정희  유신 체제를 붕괴시킨 김재규 등에 사형을 언도한 대법원은 “ 피고인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라고 선언하면서 15분 만에 끝났다. 소수의견을 낸 대법관 5명은 고초를 겪고 대법원을 떠났다. 선고일 6년 지나서야 이 소수의견이 세상에 알려졌다. 소수의견 중에 임항준 대법관은 김재규에 대해 내란죄 적용에 대해 반대하며 저항권 법리를 다음과 같이 설시하였다.

정치의 기본 질서, 인간 존엄을 중심 가치로 하는 민주주의 질서에 대하여 중대한 침해가 국가기관에 의하여 행하여져서 민주적 헌법의 존재 자체가 객관적으로 보아 부정되어 가고 있다고 국민 대다수에 의하여 판단되는 경우에 그 당시의 실정법 상의 수단으로는 이를 광정할 수 없는 경우에는 국민으로서 이를 수수방관하거나 이를 조장할 수는 없다 할 것이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인권과 민주적 헌법의 기본 정서의 옹호를 위하여 최후의 수단으로서 형식적으로 보면 합법적으로 성립된 실정법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국민의 인권을 유린한 민주적 기본질서를 문란케 하는 내용의 실정법 상의 의무 이행이나 이에 대한 복종을 거부하는 등의 내용으로 하는 저항권은 헌법에 명문화되어 있지 않더라도 일종의 자연법 상의 권리로서 이를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할 것이고 이러한 저항권이 인정된다면 재판규범으로서의 기능을 배제할 근거가 없다고 할 것이다."

당시 실권자 전두환은 12.12 쿠데타(군사 반란)로부터 17년 지나서야, 내란 우두머리라는 죄목으로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고 1997년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확정받았다. 그러나 어처구니 없이 전두환 내란 수괴는 겨우 만 2년 복역 후 사면, 석방되었다. 헌법 파괴 내란범에 대한 엄한 처벌, 역사정의 실현이 안되다 보니 잘못된 역사는 반복되었다.

실패한 내란

작년 12월 3일 비상계엄이란 내란을 일으켜 대통령이 탄핵 소추되고, 체포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세계 역사에서 대통령이 내란을 일으켜 탄핵되고 체포되는 상황은 눈 씻고 찾아도 보기 어렵다. 군과 검찰, 경찰, 국정원의 막강한 권력기관을 장악한 대통령과 군 사령관, 관계 장관 등이 체포, 구속되는 상황은 대단히 놀라운 일이다.

급기야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영장 발부에 분노한 지지자들이 법원에 침입해  닥치는 대로 건물의 외벽과 내부 시설, 집기 등을 파괴했다. 질서 유지하는 경찰관을 폭행하고, 영장 발부하는 판사를 찾아 집무실로 난입하고, 방화 등을 시도했다. 법원 내부에 있던 직원들은 공포에 떨고 옥상으로 피신하는  등 폭동, 내란 사태가 발생하였다.

계엄군의 국회와 선관위의 침탈에 이은 대통령 지지자들의 사법부 침탈, 유린 행위가 벌어진 것이다.

대통령을 지지하는 극우 세력은 비상계엄을 옹호하고 사법기관의 수사와 영장 집행을 물리적으로 방해, 저지시키고 허위사실로 위헌, 불법행위를 합리화, 정당화하려는 시도가 계속되었다. 여기에 집권 여당은 대오 각성은커녕 극우세력 준동에 편승하여 내란범의 석방을 주장하고 부정선거 운운 등 근거가 없는 허위 주장을 남발하고, 공공질서 파괴, 폭력적 행동을 저항권 발동이라는 등 황당한 궤변을 쏟아내고 있다.

저항권의 왜곡

장쟈크 루소나 존 로크는 국가의 최고 권력은 입법권이라 했고 그 운영방법은 다수결이라 했다. 국가는 국민의 행복, 자유와 평등을 위한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존재한다. 국회의 주요 임무는 국민의 자유, 평등, 행복한 삶을 위한 입법과 예산심의, 정부의 감시, 견제이다. 다수결로 통과된 입법안, 예산, 탄핵소추 등은 존중되어야 하고 국왕 시대에도 함부로 거부될 수 없었다.

국회에서 다수결로 통과된 것은 그 자체가 국민의 뜻이다. 30회 이상 거부권을 남발하고 불법행위를 한 국무위원과 고위 공직자를 징계하는 것을 야당 독재, 국회 독재니 하는 것은 국회(국민)를 무시하는 전근대적, 제왕적 발상이다.

극우 세력 그들이 지지하는 대통령이 탄핵소추되고 구속되었다고 공공질서를  유린하고 사법기관을 점거 파괴하는 폭동 행위를 저항권이라 하지 않는다.

유신독재, 나치, 일제 치하에서의 폭정, 인권탄압에 대해서 구제받을 방법이 없는 경우에 항거하는 것이 저항권이다. 극우 등 대통령 지지자들이 위헌, 불법적 내란 행위를 옹호하면서 저항권 운운한다. 그들이 말하는 저항권은 민주주의와 국민 기본권, 공화정을 부인하는 것이다.

저항권의 기초 논리는 자연법적 인간의 존엄 사상에 기초한다. ”국가는 존재의 목적이 만인의 가장 큰 행복, 자유와 평등에 있고, 자유란 것이 평등 없이는 존재할 수 없고 양심과 이성이 자유를 보장하지 않는 경우 국가는 존재의 정당성이 없다. (존 로크 통치론)

로크가 말하길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이 폭정을 행하는 경우 폭정으로부터 벗어날 권리뿐 아니라 그것을 예방할 권리” 이것이 저항권 이론의 기본인 것이다.

토마스 제퍼슨이 기초한 미국독립선언서에서 정부의 교체, 폐기나 데비드 소로우가 말하는 시민 불복종(civil disobedience) 그 기본적 의미는 역시 국가의 목적은 인간의 존엄성, 만인평등, 행복 추구이고 국가가 국민의 자유와 사회적 정의를 훼손할 때 저항할 수 있는 것이 저항권이란 이론의 토대인 것이다.

정치검찰을 앞세워 정치적 반대세력을 탄압하고 언론 자유, 노동자의 권리, 국민의 생존권 요구, 전쟁 반대, 평화의 외침을 반국가세력이라고 인식하는 것이 반국가적이고 반헌법적이다.

극우  선동세력은 사실 왜곡, 망상, 시대착오적 이념 집착에 의한 공격과 불법행위, 폭동, 난동 행위가 저항권인 양 허위 논리로 시민을 속이고 세뇌시키고 있다. 상식적, 이성적이지 못 거짓 선동에는 저항권 논리가 들어올 여지는 전혀 없다.  그 같은 저항권 논리는 폭동이고 반란일 뿐이다.

2025.1.15  체포영장 집행에 반대하는 윤석열 대통령 극렬지지자들  한남동 관저 앞.(출처 : 김영수)
2025.1.15  체포영장 집행에 반대하는 윤석열 대통령 극렬지지자들  한남동 관저 앞.(출처 : 김영수)

편집 : 김영수 객원편집위원, 하성환 편집위원

김영수 객원편집위원  kimy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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