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스팅의 'hurdy-gurdy man'을 듣게 되었다. hurdy-gurdy man? 선율을 따라가다 보니 곡이 귀에 익다. 슈베르트 가곡 <겨울나그네>의 마지막 노래 '거리의 악사'다. 쓸쓸한 느낌을 주는 분위기에 빠져 슈베르트의 곡을 즐겼다. 아마도 이 곡을 제일 많이 들었을 거다. '거리의 악사'는 슈베르트 곡들 중 가장 적막하고 쓸쓸한 곡이지 싶다. 소절소절 끊어질 듯 끊어질 듯 이어가는 노래에는 추운 겨울 거리에서 연주하는 악사의 풍경이 담겨 있다.

성악가가 아닌 스팅이 째즈풍으로 부른 노래는 처음 들었다. '거리의 악사'라는 제목 대신 슈베르트가 살던 시대 악사들이 연주하던 악기 hurdy-gurdy*에 man을 붙인 'hurdy-gurdy man'이 곡명이다.

스팅의 짙은 회색빛 음색에서는 원 가곡보다 더한 쓸쓸함과 적막이 배어나온다. 가곡 '거리의 악사' 가사 내용을 모르더라도 묵직한 저음 자체로 이 곡의 분위기에 빠져들게 한다. 한순간에 끌려버린 이 노래는 영화 <레옹>의 'Shape of my heart, <라스베가스를 떠나며>의 'Angel of eyes'와 함께 My playlist에 올려놓고 싶은 곡이 되었다.

 

거리의 악사
뮐러 (1794~1827)작사 슈베르트 작곡

마을에 손풍금 악사
꽁꽁 언 손으로 바퀴를 돌리네

얼은 땅에 맨발로 서서
음율에 맞춰 연주하네
하지만
작은 접시는 언제나 비어있지

들으려는 사람도 없고
쳐다보는 이도 없다네

개들이 어슬렁거리며 주변을 맴돌아도
무심하게
거리의 악사는 바퀴를 돌리며 건반을 누르네
풍금 소리는 쉼없이 울려퍼지네

가엽고 쓸쓸한 악사여
제가 그대와 함께 갈까요
제 노래에 맞춰
손풍금을 연주해 주실래요

 

 

* 허디-거디 (hurdy-gurdy)는 손풍금이다. 오른손으로 악기 오른 편에 달린 나무 크랭크 축을 돌려 연결된 현을 조율하고 왼손으로 건반을 눌러서 연주하는 악기다. (위 노래 가사에서는 편의상 바퀴를 돌린다라고 번역해 놓았다) 바퀴 돌리기를 멈추면 연주도 멈춘다. 10세기경 오르가니스트룸이란 이름으로 교회에서 연주되던 악기가 13세기부터는 세속에서도 사용되어 민중악기로서, 거리 악사들의 악기로 널리 연주되었다고 한다. 프랑스와 동유럽에서 20세기까지 사용되었다.

사진 속 악기가 hurdy-gurdy
사진 속 악기가 hurdy-gurdy

편집 : 양성숙 객원편집위원

양성숙 객원편집위원  ssooky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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