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이캐기와 마장호수 둘레길 걷기
느닷없이 친구에게서 냉이 캐러 오라는 전화가 왔다. 하지만 두 발로 갈 수 있는 거리가 아니었다. 대중교통도 불편한 위치였고, 그렇다고 택시를 타고 가기엔 수지가 맞지 않는 일이었다. 기사도 볼일 보러 나가 아직 소식이 없던 시간이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친구에게는 주소를, 기사에게는 연락을 취해 가능성을 확인해 보았다.
때로는 급작스러운 일도 아귀가 잘 맞아떨어질 때가 있다. 냉이 캐러 가는 일이 그랬다. 전화받고 30분 내로 밭에 도착했다. 마늘밭이었다. 멀칭한 마늘 주위와 밭 가장자리로 냉이가 빼곡히 올라와 있었다. 아마 마늘의 양분을 냉이가 많이 빼앗았을 것이다. 전화기를 차에 놓고 밭으로 가서 이 장면을 사진으로 남기지는 못했다.
밭고랑에서 엉거주춤한 자세로 2m쯤 캤을까? 양이 꽤 됐다. 흔히 말하는 ‘한 보따리’였다. 더 캐고 싶었지만, 도구 준비가 미비했고 익숙하지 않은 노동 방식과 강도도 무리였다.
“더 캐 가지.” 하는 친구의 말을 뒤로하고 냉이를 한 번 더 털어 비닐봉지에 담았다. 냉이 채취를 마무리하고 마장호수를 한 바퀴 돌아 귀가하니 하루가 훌쩍 갔다.
집에 와서 냉이를 씻어 앞집에 십일조하고, 다듬어 달아보니 2kg이었다.
마장호수에는 오리 떼가 봄맞이 총회를 열고 있었고, 버들강아지는 보송보송한 털을 틔우고 있었다. 지난 한 해 사람들의 발을 받쳐주느라 수고한 산책로는 구간구간 새 단장을 마친 곳도 제법 있었다.
출렁다리 아래 무너진 축대는 아직 공사 중이었고, 호수 주위 산자락에는 연두빛이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헐벗은 산색은 점차 파스텔톤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3월, 이제 종종 마장호수와 기산저수지로 나들이 가기 좋은 계절이 되었다
편집 : 하성환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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